[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시대착오적 新하방운동

이지훈 베이징 특파원
중국 안후이성은 지난해 충격적인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농민들이 돈을 받고 자신들이 경작하는 토지를 타인에게 장기 임대하는 ‘토지유전’의 비중이 57.2%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전체 농경지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존 농민의 손을 떠나 기업농 등이 경작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통계를 중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아 직접 비교하긴 힘들지만, 일단 이 수치 자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농촌 개혁에 국가적 역량을 쏟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대졸자도 농촌으로 가라"

시 주석의 다음 농촌 개혁 방향은 청년을 향하고 있다. 그는 최근 들어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하고 있다. “대졸자도 농촌으로 내려가 경력을 쌓아야 한다” “청년들이 농촌 재생 최전선에 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놨다. 그러자 광둥성은 2025년까지 대졸자 30만 명을 농촌으로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다른 지방정부는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을 농촌으로 보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이 ‘신(新)하방(下放·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내려보내는 정치 캠페인)’ 운동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아이돌 가수와 배우까지 동원된 ‘농사를 짓자’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띄우고 있다.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신하방을 독려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짐작된다. 우선 식량자급률 증대가 절실한 중국에 농촌 현대화는 큰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고령화된 중국의 농촌은 이 과업을 수행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농촌의 스마트화, 품종 개량, 식량 생산량 증대 등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선 청년들의 존재가 절실한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 반도체 굴기보다 농촌 현대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농촌을 대안으로 제시한 측면도 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16~24세)은 지난 6월 기준 21.3%까지 치솟았다. 중국 정부는 7월부터 청년실업률 통계를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더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들이 농촌행을 택한다면 이 같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면서 농촌 소득 증대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발상에 중국 현지인들은 속으로 혀를 차고 있다. 외동으로 태어나 경제력이 있는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자란 ‘주링허우’(1990년대생)와 ‘링링허우’(2000년대생) 등 신세대들이 하방을 택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다.

청년 공감 못 얻는 청년실업 대책

최근엔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 의식주를 해결하는 ‘탕핑족’(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들)과 집안일을 돕는 대가로 부모로부터 월급에 준하는 용돈을 받는 이른바 ‘정규직 자녀’마저 늘고 있다. 고등학생 딸을 둔 한 중국인은 “딸이 남편에게 열심히 노력해 재벌이 되라고 했다”며 “본인은 치열하게 살기 싫고, 재벌 2세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아이들이 농촌으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하는 시 주석의 ‘라떼는~’ 발언이 공감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당면한 현실에 대한 공감 없이 그들의 무기력증만 탓하고 있다가는 청년 문제의 난맥상을 푸는 것은 물론 농촌 현대화도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