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은 방탄·가결은 분열'…묘수 있나 [이슈+]

민주당, 체포동의안 앞서 '도돌이표' 표결 논란
박광온 "부결은 방탄, 가결은 분열의 길" 평가
野, 방탄·분열 피할 '묘수 찾기' 분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가하면서,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아직 가결과 부결 사이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이후 체포동의안 표결 시 '가결'에 무게가 실려왔으나, 이 대표 단식으로 당내에서 부결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아예 '부결'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섰지만, '이재명 방탄'이라는 역풍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아 한쪽으로 강하게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라고 평가한 이유기도 하다. 그는 전날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에서 "어느 길이든 민주당을 궁지로 밀어 넣으려는 정치적 올가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결단을 해서 분열도 피하고, 여론의 비난도 줄이는 묘수를 찾는 게 저희 과제"라며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은 못 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원내지도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어떤 게 당을 위해 바람직한지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판단을 통해 당의 총의를 모을 것"이라며 다만 어떤 의견이든 이를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 문제라서 당론으로 하는 건 관행에 맞지 않고, 그것 자체로 당내 불화가 발생할 수 있어서 당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분열 모두 피할 묘수?…정치권서는 불참·기권 거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쓸 수 있는 묘수 중 하나로 '불참' 또는 '기권'이 거론된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본회의에 아예 참석하지 않거나, 참석하더라도 '기권표'를 행사하는 방안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표결에 참석한다면 가결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표결 불참을 선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명계가 표결에 불참하기로 하면, 비명계를 향해 '부결' 압박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표결 참석하는 걸로 하면 가결이 될 거고, 표결에 불참하면 (가결과 부결 표가) 비슷비슷할 것 같다"며 "(표결 불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야 더 강한 (부결)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 불참하면 부결이다. 거기서도 용기와 소신이 있는 의원들은 들어가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이 '기권표'를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이나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진지하게 얘기하는 의원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본회의는 열려야 하고, 영원히 피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결을 요구하는 열성 원외 위원장의 의견이 분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정반대로 여당 지지자들은 모여서 찬성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한다"며 "어차피 정치적 결단은 무기명 투표로 하는 거니까 큰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