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시행 앞둔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논의 '난항'…대폭 축소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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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부터 제도 시행 예정이지만공무원‧교원에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개정 공무원·교원노조법'이 오는 12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면제시간 상한 등 세부 사항을 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동시에 공무원·교원 노조의 '법치주의 확립 방안'에 대한 연구도 함께 주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타임오프제가 대폭 쪼그라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면제시간 상한 등은 경사노위서 결정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불참 중
"연내 시행 사실상 물건너가"
속타는 공무원‧교원노조 "대화 나서라" 한국노총 압박
그새 정부 "공무원노조 등 법치주의 확립" 연구용역 발주
"논의 미뤄질수록 타임오프제 축소될 것" 전망도
3일 한국경제 취재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9월 '공무원‧교원 특수성을 반영한 근무 시간 면제 관련 쟁점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공무원·교원 노조 간부(전임자) 등의 노조 활동 시간을 유급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타임오프제 도입을 위해서다.타임오프제도는 그간 사기업 노조에만 적용될 뿐 공무원·교원 노조에는 적용되지 않았으며 이를 공무원과 교사에 확대 시행하는 것은 친 노동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도 하지 못한 노동계의 숙원이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말 대선 후보자일 당시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결국 지난해 5월 29일 개정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11일부터 공무원‧교원에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가 실시된다.
다만 구체적인 근로 면제 시간 상한과 사용 인원 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구성하는 별도 '심의위원회'에서 '공무원 및 교원 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정하게 돼 있다. 즉, 경사노위에서 타임오프 총량 등에 대한 세부적 논의가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이번에 고용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은 계획서에서 '근무 시간 면제 사용 세부 절차 및 방법, 근무 시간 면제 대상 업무의 범위, 제도 시행에 따른 관련 규정 정비 필요 사항 등 제기될 수 있는 쟁점 발굴 및 방안 도출'을 주문하고 있다. 경사노위 심의위원회에서 이뤄질 논의에 큰 영향을 끼칠 자료다.하지만 정작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노총이 적극적으로 정부와 대화에 나서기가 여의찮다. 이러다 보니 한국노총 소속의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지난 8월 직접 이정식 고용부 장관을 만나 타임오프제 실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정부와 대화 단절을 선언한 한국노총의 하부 조직이 대리인처럼 대화 상대로 나서는 구도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타임오프를 앞둔 중대한 시기에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공무원·교사연맹의 불만이 컸다"고 전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 9월 민간기업의 타임오프 실태조사 통해 기업이 노동조합에 대해 과도한 타임오프를 인정해 준 것을 대거 적발하고 이를 부당한 지원으로 간주해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고용부는 타임오프 연구용역과 동시에 '공무원 및 교원 노사관계의 법치주의 확립 방안'이라는 연구용역도 동시에 발주했다. '공무원·교원 노사관계의 법치주의 확립 및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한 개선 과제 도출'이 연구 목표다. 호락호락하게 타임오프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무원 노조 간에 참여 자격을 두고 견제가 심해져 위원회 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총 공무원연맹은 공무원 노사관계위원회에서 이뤄질 타임오프 논의를 전적으로 맡겠다는 입장이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한편 정부는 조합원 숫자에 비례해 근로 면제 시간이 인정되는 민간의 타임오프 기준을 그대로 공무원·교원에 적용하는 데에는 부정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금으로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국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노총과 정부 간 대화 단절이 길어지고 타임오프 세부 사항에 대한 논의가 미뤄질수록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의 구체적 내용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