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1편을 다시 보는 느낌…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11년 만에 나온 여섯 번째 '가문의 영광'…1편의 리메이크작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한국 특유의 가족 문화에 조폭이라는 소재를 끌어들여 개성적인 코미디를 빚어내면서 관객들의 오랜 사랑을 받았다. 1편 '가문의 영광'(2002)을 시작으로 5편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2012)에 이르기까지 관객 수를 모두 합하면 2천만명에 달한다.

5편이 나온 지 11년 만에 6편이 나왔다.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가문의 영광: 리턴즈'다. 이 영화는 1편인 '가문의 영광'의 리메이크작으로, 1편의 이야기를 충실히 따르되 요즘 세대의 감수성에 맞춰 디테일에 변화를 줬다.

주인공 대서(윤현민 분)는 스타 작가로, 어느 날 밤 클럽에서 놀다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는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그는 바로 옆에 말 한마디 섞어본 기억이 없는 여자 진경(유라)이 누워 있는 걸 보고 기겁한다. 사무실로 출근한 대서를 진경의 오빠 석재(탁재훈), 종면(정준하), 종칠(고윤)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대서에게 홍덕자(김수미)를 정점으로 한 가계도를 보여주면서 "하나뿐인 여동생과 동침했으니 책임을 져야지"라고 한다.

이들이 물불 가리지 않는 조폭 집안이란 걸 알게 된 대서는 어떻게든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이들은 대서를 호락호락 내주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대서는 자기도 모르게 진경과 사랑에 빠진다.

이야기의 흐름은 1편과 거의 같다.

1편을 본 관객이라면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다.

침대에서 잠을 깬 대서가 이불 밑으로 나온 두 발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중에 갑자기 발이 부르르 떨리면서 진경이 눈을 뜨는 것도 1편과 같다.

1편을 본 관객은 양가의 상견례 자리에서 대서 부모의 탐탁지 않은 반응에 직면한 홍덕자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이 영화는 몇몇 설정에 변화를 줘 새로운 느낌을 더하긴 했다.

대서가 작가인 것도 1편의 대서가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기업 직원인 것과는 대비된다.

1편에서 진경이 속한 조폭 집안의 수장은 남성이지만, 이 영화에선 여성인 것도 차이점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이 1편을 거의 그대로 따르다시피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편이 나온 지 21년이나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야기의 중심엔 대서와 진경이 술에 취해 한 침대에서 잔 사건이 있지만, 이에 대한 정서는 1편 때의 관객과 요즘 관객이 같을 수 없다.

관객의 공감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영화의 출연진이 코믹 연기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출중한 배우들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액션 장면은 길지 않지만, 상당히 역동적이다.

특히 홍덕자 집안의 배신자 얏빠리 역을 맡은 격투기 선수 추성훈은 패싸움 장면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 전편을 제작하고 4편을 연출한 정태원 감독과 2편, 3편, 5편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이 영화는 오는 27일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김성식 감독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과 함께 추석 대목을 맞은 극장가에서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정태원 감독은 19일 시사회에서 "'가문의 영광'은 과거에도 추석 연휴에 개봉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추석이 적기라고 생각했다"며 "좋은 영화들이 많지만, 우리 영화는 장르가 다른 만큼 골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개봉. 99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