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줄줄 새는 환경부 연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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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희 경제부 기자환경부는 2013년 서울의 한 대학 연구팀에 ‘동남아지역 팜오일 잔재물을 활용한 CDM(청정개발체제) 시범 사업 운영’을 주제로 연구개발을 맡겼다. 6년 뒤 감사원 감사 결과 연구개발비 횡령이 확인돼 사업비 27억원 환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까지 환수된 금액은 700만원에 그친다. 환수율이 0.3%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2018년 연구개발을 맡긴 ‘열병합발전 시스템 실증화’ 과제도 연구개발비 횡령이 적발돼 6억4000만원을 환수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현재까지 환수액은 5000만원뿐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아 19일 공개한 ‘연구개발비 환수대상’ 자료에 나오는 사업비 부정사용 사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환경부가 발주한 연구개발 사업 486건을 분석한 자료다. 이 중 규정 위반으로 연구비 환수 결정이 내려진 사업이 총 62건이었다. 환수 대상 금액은 총 112억6000만원에 달했다. 나랏돈이 줄줄 샌 것이다. 그나마 이 중 64억원가량은 환수 조치가 이뤄졌지만 나머지는 과연 환수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환수 결정이 내려진 과제를 항목별로 보면 횡령, 편취 등 ‘사업비 부정사용’이 39건(5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연구 결과가 부실한 ‘협약 위배’ 17건(55억원), ‘연구 부정행위’ 6건(2억3000만원)이 그 뒤를 이었다. 사업비 부정사용 항목에선 납품기업과 공모해 사업비를 횡령하는 경우가 21건이나 적발됐다. 인건비를 유용하거나 허위·중복 증빙하는 사례도 있었다.
체납 중인 기관은 모두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중소 환경기업이어서 환수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하지만 애초 과제 수행기관 선정부터 엉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의 ‘경영 악화’ ‘불성실한 연구수행’ ‘과제 수행 포기’ 등의 사유로 환경부에서만 45건의 연구 과제가 중간에 중단됐다. 연구 책임자가 퇴사했다는 이유로 중간에 두 손을 들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니 ‘나랏돈은 눈먼 돈’이란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
환경 보호와 국민 건강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하는데 횡령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연구가 중단되는 건 안 될 일이다. 그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의 감독 부실도 따져볼 일이다. 더 이상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