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평일' 쉬자…골목상권 살아났다

대구, 의무휴업 '월요일 전환' 6개월 분석해보니

소매업 매출 작년보다 20% 늘어
음식점 25%·대형마트 6.6%↑
'일요 휴무' 他지자체 크게 상회

마트 닫으면 온라인만 반사이익
"규제보다는 소비자 편익 늘려야"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대구시의 실험’이 6개월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일 영업 허용 이후 소매업과 전통시장 상권 매출이 늘어난 결과에 한껏 고무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일 수 있다는 실증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일 휴업 후 골목상권 매출 늘어

대구시는 지난 2월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을 허용한 후 6개월간 소매업과 음식점,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19일 발표했다. 대구시는 지난 2월 10일 특별·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17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기존 둘째·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11년 만에 변경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14만 개 가맹점을 이용한 시민 100만 명의 카드 지출 내역을 빅테이터로 분석한 결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후 6개월간 의무휴업일 변경 대상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대구지역 주요 소매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8%가 뛰었다. 소매업종 가운데 가구·가전·생활업종의 매출이 27.4%, 의류점 매출은 10.8%, 농축수산물 전문점 매출은 12.6% 증가했다. 음식점(25.1%)과 편의점(23.1%)은 다른 업종에 비해 큰 폭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소매업 매출 증가율은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는 인근 지자체인 경북(10.3%) 경남(8.3%) 부산(16.5%)보다도 높았다. 대형마트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인 슈퍼마켓 매출은 9.2% 증가했다. 이 역시 부산(4.2%) 경북(3.6%) 경남(3.0%) 등 주변 지역보다 높은 수치다. 바뀐 휴업일의 전통시장 매출은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크지 않았다. 매월 둘째·넷째주 일·월요일 전통시장의 매출 증가율은 34.7%로 6개월 평균 증가율(32.3%) 대비 2.4%포인트 확대되는 데 그쳤다.

백화점·대형 쇼핑센터만 매출 감소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후 매출이 감소한 곳은 백화점과 대형 쇼핑센터뿐이었다. 대형마트와 SSM은 6개월간 매출이 6.6% 증가했으나 대형 쇼핑몰(백화점, 쇼핑센터 등)의 매출은 3% 감소했다.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가 골목상권이 아니라 백화점, 쇼핑센터 등 대형 쇼핑몰임이 확인됐다고 대구시는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가 지역 상권 및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의 이 같은 정책 사례는 획일화된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에 대한 다른 지자체의 정책 재고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은 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별로 없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한다는 연구와 지적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보다 쿠팡 컬리 등 e커머스업체와 온라인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얻는 흐름이 굳어진다는 분석도 많다.

이번 조사의 분석을 맡은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대형마트의 휴업일이 바뀌자 일요일은 온라인 구매를 줄이고 월요일은 온라인 구매가 늘었다”며 “불편한 규제를 강요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농축산물 전문점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고 선택을 받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