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10주년 맞은 아벨 콰르텟 "다채로운 하이든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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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레퍼토리로 앨범 발표‘연주자로 성공하려면 무조건 솔리스트의 길을 걸어야 한다.’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통용되던 성공 방정식에 균열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뛰어난 실내악 연주 하나로 세계무대를 제패해온 이들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아벨 콰르텟도 그 가운데 하나다. 아벨 콰르텟은 결성 2년 만인 2015년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현악 4중주단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팀이다. 이탈리아 카잘 마지오레 뮤직 페스티벌, 스위스 티치노 무지카 등 해외 유수 음악제에서 상주 현악 4중주단으로 활동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다.바이올린 박수현(34)·윤은솔(36), 비올라 박하문(25), 첼로 조형준(36)으로 구성된 아벨 콰르텟이 모처럼 한국 청중과 만난다. 하이든 작품으로 전체 레퍼토리를 채운 첫 정규 앨범을 들고서다. 1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아벨 콰르텟은 “개개인의 화려한 기교와 음색을 뽐낼 수 있는 곡보단 오래도록 쌓아 온 콰르텟의 통일된 호흡, 조화로운 색채를 제대로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현악 4중주의 기틀을 확립한 작곡가 하이든이 쓴 음악보다 더 완벽한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앨범의 문을 여는 작품은 하이든 현악 4중주 작품번호 64-5 ‘종달새’다. 이후 차례로 74-1, 33-1, 76-3 ‘황제’를 들려준다. “모두 하이든의 작품이지만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종달새’에선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바이올린 선율, 반음계적 화성 등이 산뜻하면서도 발랄한 심상을 전한다면 그보다 후기에 쓰인 ‘황제’에선 경건하면서도 날카로운 악상을 들을 수 있죠. 오스트리아 빈 특유의 색채, 하이든 고유의 발음을 살리면서도 각 작품의 서로 다른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박수현)
대중에게 생소한 작품번호 74-1은 하이든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첫 마디에서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랄 만큼의 강렬한 화성이 등장해요. 마치 작품의 피날레를 연상시키죠. 그리곤 한참 소리를 내지 않다가 다시 연주를 이어갑니다. 당시 이 곡을 초연했던 런던의 청중은 무척 산만했다고 해요. 그래서 하이든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청중을 집중시킨 거였죠. 하이든의 음악을 제대로 알게 되면 정말이지 지루할 틈이 없어요.”(윤은솔)아벨 콰르텟은 이번 앨범을 하이든의 활동지였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녹음했다. 모교인 빈 국립음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승이자 빈 국립음대 부학장인 요하네스 마이슬의 도움으로 학교에서 녹음할 수 있었어요. 저명한 톤마이스터 다비드 메뢰로부터 계속해서 음악적 조언도 얻을 수 있었죠. 적어도 하이든 작품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깊이 공부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가 표현한 음악이 틀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요.”(박하문)지금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감정까지 알아챌 정도로 가까운 사이지만 아벨 콰르텟이 이처럼 단단해지기까진 여러 위기를 거쳐야 했다. 멤버 교체부터 군 복무에 따른 공백기까지. 그때마다 팀을 결속한 건 ‘좋은 음악을 향한 강한 열망’ 단 하나였다. “사실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죠. 각자의 인생이 있는 만큼 함께 하는 걸 강제할 순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어려움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 한 번 더 합을 맞추는 데에서 느끼는 강한 희열을 뛰어넘을 순 없더라고요. 사라지지 않는 음악적 욕심 때문에 더 끈끈해질 수 있었죠.”(조형준)
이들에게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악보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에서 그치는 콰르텟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한 감정부터 전하고자 한 생각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콰르텟이 되고 싶어요.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의 힘, 이를 전할 줄 알아야 비로소 진정한 음악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박수현)아벨 콰르텟은 오는 20일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다음달 5일 서울 포니정홀에서 앨범과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