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즈' 박칼린 "관객들이 옛 가수 모른다고요? 재밌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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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대 '저고리 시스터즈'부터 70년대 '희자매' 음악 소개
걸그룹 370여팀 가운데 6팀 추려…"시스터즈 업적 기리고 싶었다""주변에서 '젊은 관객은 옛날 가수와 노래를 모른다'고 말해도 걱정하지 않았어요.외국 뮤지컬을 보러 갈 때 누가 처음부터 노래를 알고 가나요? 작품만 제대로 만들면 스토리는 풀린다고 생각했어요.
"
지난 3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스터즈'는 전자음악에 익숙한 오늘날 관객에게 수십 년 전 유행가를 자신 있게 소개한다.
친숙한 멜로디를 가진 '울릉도 트위스트'는 물론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울려 퍼졌던 '처녀 합창'을 소개하기에 이른다.작품은 나아가 '시스터즈'란 이름으로 불리곤 했던 옛 여성 그룹을 오늘날 걸그룹의 뿌리로 소개한다.
초연하는 창작 뮤지컬 작품에서 요즘 관객들에겐 낯선 가수들의 역사와 음악을 소개한다는 건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칼린(56) 연출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19일 공연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사람이라면 역사와 음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배 가수들이 라이브 무대를 위해 몸을 바쳤고, 후배들도 그들을 따라 몸을 바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박 연출이 전수양 작가와 함께 20여년 전부터 작품을 준비했다는 사실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두 사람은 걸그룹 370팀의 역사를 조사한 뒤 활동 시기, 음악적 스타일과 업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팀을 선정했다.박 연출은 "'코리안 키튼즈'의 윤복희, '희자매'의 인순이 선생님에서 시작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조사했다"며 "시스터즈의 다양한 모습과 업적을 기리고 싶었다.
'김 시스터즈'가 미국에서 금전적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이 시스터즈'가 어떻게 한국을 지키며 마음을 울렸는지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마다 한 팀을 추려 지금의 6팀을 정한 것이라 작품에 의상과 음악 스타일이 변하는 과정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가요계 대선배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뮤지컬에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과정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허락받은 뒤에도 윤복희, '바니걸스'의 고재숙, '이 시스터즈'의 김희선이 8일 공연을 관람한다는 소식을 듣자 공연장에 가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혹여 선배들의 심기를 건들까 우려가 컸다.
"윤복희 선생님은 제가 주차장에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시다가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거기에 '치마를 더 찢고 발차기를 더 높이 차야 한다'고 덧붙이셨죠. '이건 아니잖아'라는 말을 해주시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했어요.
"
그룹을 이뤄 호흡을 맞췄던 선배들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주연과 앙상블을 모두 연기한다.
한 명의 배우는 그룹의 중심 멤버로 출연하는 한편 그룹의 다른 멤버도 함께 연기한다.
배우들이 당시 '시스터즈'의 삶을 느끼길 바랐다는 박 연출은 "주연은 주연만 연기하고, 앙상블은 앙상블만 연기하면 절대 그룹을 이룰 수 없다"며 "'김 시스터즈'의 메인을 연기하다 다른 멤버를 연기하면 서로의 연기를 비교하며 발전할 수 있다.
그게 팀워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배우들도 대선배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열정을 보였다.
무대에서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던 '김 시스터즈'를 따라 클라리넷, 밴조, 마림바 연주법도 배웠다.
박 연출은 "배우들에게 밴조를 연주하기 쉽게 조율해주겠다고 제안했는데 배우들이 원래대로 연주하겠다며 연습에 나섰다"며 "한 사람이 연습을 시작하니까 다들 따라 하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삑사리'를 내도 사랑스럽게 보인다"며 웃었다.
클래식과 국악을 전공한 박 연출은 1980년대 뮤지컬 배우로 공연계 활동을 시작했다.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으로 성장했다고 이야기한 그는 선후배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부터 선배가 남긴 역사의 가치를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어도 과거와 미래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세계에서 혼자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합뉴스
걸그룹 370여팀 가운데 6팀 추려…"시스터즈 업적 기리고 싶었다""주변에서 '젊은 관객은 옛날 가수와 노래를 모른다'고 말해도 걱정하지 않았어요.외국 뮤지컬을 보러 갈 때 누가 처음부터 노래를 알고 가나요? 작품만 제대로 만들면 스토리는 풀린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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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스터즈'는 전자음악에 익숙한 오늘날 관객에게 수십 년 전 유행가를 자신 있게 소개한다.
친숙한 멜로디를 가진 '울릉도 트위스트'는 물론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울려 퍼졌던 '처녀 합창'을 소개하기에 이른다.작품은 나아가 '시스터즈'란 이름으로 불리곤 했던 옛 여성 그룹을 오늘날 걸그룹의 뿌리로 소개한다.
초연하는 창작 뮤지컬 작품에서 요즘 관객들에겐 낯선 가수들의 역사와 음악을 소개한다는 건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칼린(56) 연출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19일 공연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사람이라면 역사와 음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배 가수들이 라이브 무대를 위해 몸을 바쳤고, 후배들도 그들을 따라 몸을 바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박 연출이 전수양 작가와 함께 20여년 전부터 작품을 준비했다는 사실도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두 사람은 걸그룹 370팀의 역사를 조사한 뒤 활동 시기, 음악적 스타일과 업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6팀을 선정했다.박 연출은 "'코리안 키튼즈'의 윤복희, '희자매'의 인순이 선생님에서 시작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조사했다"며 "시스터즈의 다양한 모습과 업적을 기리고 싶었다.
'김 시스터즈'가 미국에서 금전적으로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이 시스터즈'가 어떻게 한국을 지키며 마음을 울렸는지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마다 한 팀을 추려 지금의 6팀을 정한 것이라 작품에 의상과 음악 스타일이 변하는 과정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가요계 대선배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뮤지컬에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과정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허락받은 뒤에도 윤복희, '바니걸스'의 고재숙, '이 시스터즈'의 김희선이 8일 공연을 관람한다는 소식을 듣자 공연장에 가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혹여 선배들의 심기를 건들까 우려가 컸다.
"윤복희 선생님은 제가 주차장에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시다가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거기에 '치마를 더 찢고 발차기를 더 높이 차야 한다'고 덧붙이셨죠. '이건 아니잖아'라는 말을 해주시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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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을 이뤄 호흡을 맞췄던 선배들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주연과 앙상블을 모두 연기한다.
한 명의 배우는 그룹의 중심 멤버로 출연하는 한편 그룹의 다른 멤버도 함께 연기한다.
배우들이 당시 '시스터즈'의 삶을 느끼길 바랐다는 박 연출은 "주연은 주연만 연기하고, 앙상블은 앙상블만 연기하면 절대 그룹을 이룰 수 없다"며 "'김 시스터즈'의 메인을 연기하다 다른 멤버를 연기하면 서로의 연기를 비교하며 발전할 수 있다.
그게 팀워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배우들도 대선배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열정을 보였다.
무대에서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던 '김 시스터즈'를 따라 클라리넷, 밴조, 마림바 연주법도 배웠다.
박 연출은 "배우들에게 밴조를 연주하기 쉽게 조율해주겠다고 제안했는데 배우들이 원래대로 연주하겠다며 연습에 나섰다"며 "한 사람이 연습을 시작하니까 다들 따라 하기 시작했다.
무대에서 '삑사리'를 내도 사랑스럽게 보인다"며 웃었다.
클래식과 국악을 전공한 박 연출은 1980년대 뮤지컬 배우로 공연계 활동을 시작했다.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으로 성장했다고 이야기한 그는 선후배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부터 선배가 남긴 역사의 가치를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어도 과거와 미래는 반드시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세계에서 혼자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