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백현동·대북송금으로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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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쪽 구속영장 청구서에 범죄정황 기재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사업을 통해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민간업자에 유리하게 조건을 변경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관해선 이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수시로 쌍방울그룹의 경기도 대북사업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용된 혐의들이 모두 인정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36년6개월 혹은 무기징역이 선고돼야 한다고 봤다.
백현동 200억 환수방안 보고받고도
“인섭이형님 끼어있으니 신경써줘라”
쌍방울 대북송금 진행상황 수시로 보고받아
이화영이 보고했다고 영장에 적힌 것만 17회
李, 백현동 관련 “정 실장과 인섭이 형님이 다 얘기”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 같은 내용을 14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8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 위증교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015년 3월 민간업자 정바울 측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의 확정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 같은 보고를 받고 유 전 본부장에게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이 끼어 있으니 진상이(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었다.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은 아시아디벨로퍼가 이 대표 측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구속 기소)를 영입한 지 얼마 안 돼 성남시로부터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개발사업을 인허가받았다는 내용이다. 아시아디벨로퍼는 2015년 2월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11만1265㎡ 규모 부지를 매입해 두 달 뒤인 4월 이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한 번에 부지 용도가 네 단계나 상향 조정됐다.
‘100% 민간임대’였던 개발 계획도 그해 11월 크게 바뀌었다. 민간임대 가구는 전체의 10%인 123가구로 줄었고 나머지 90%를 분양주택(1100가구)이 차지했다. 이 덕분에 아시아디벨로퍼가 최대 주주(지분율 46%)인 시행사 성남알앤디PFV는 분양이익 3185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디벨로퍼는 이 개발사업의 배당이익으로만 약 700억원을 벌어들였다.검찰은 김 전 대표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구속 기소)의 요청을 받아 친분이 있던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만나 백현동 개발사업에 필요한 특혜를 받아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95년부터 시민운동을 하면서 김 전 대표와 정 전 실장 등과 가깝게 지냈다. 검찰은 김씨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사비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2014년 지인들을 통해 차명으로 1000만원을 '쪼개기 후원'하는 등 오랫동안 이 대표를 도운 정황을 파악해놓은 상태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유 전 본부장이 백현동 개발사업에 성남도시공사가 배제된 이유를 묻자 이 대표가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진상이가 이야기 안 했어? 그거 정 실장과 인섭이 형님이 다 이야기되어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어?”라고 반문했다는 내용도 기재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이 “이재명의 제도권 최측근은 정진상이고, 비제도권 최측근은 김인섭”이라고 진술한 내용도 담았다.
방북비용 대납 진행도 두차례 보고받아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을 두고도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를 통해 꾸준히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진행 경과를 보고받았다고 봤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적은 것만 17회에 달했다.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9월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이 스마트팜 지원 등을 원한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부지사는 그 해 10월까지 중국, 북한을 오가며 북측과 협의했고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수시로 보고했다. 그러던 중 대북 제재로 경기도가 지원에 나서기 어려워지자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500만달러(약 66억원)을 대신 납부해달라고 요구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했다.검찰은 이 대표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쌍방울과 북한 간 협약식에 참석한 이 전 부지사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은 정황도 파악했다. 이 대표가 전화 통화 중 김 전 회장과도 통화하면서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혔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4월까지 경기도의 스마트팜 지원비용 500만달러를 북측에 대신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최근 검찰 소환조사에서 “(김 전 회장은)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이라며 관계를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도 북측에 보낸 것으로 확인했다. 이 대표가 이와 관련한 진행상황을 두 차례 보고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가 김성태를 통해 북측에 지급한 800만 달러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비용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실정법 및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을 넘어서 국제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위증교사 의혹에서 받은 혐의들이 모두 인정되면 11년 이상, 36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