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인 삶에서 샘솟는 음악…영화 '플로라 앤 썬'

국내서 흥행한 '비긴 어게인' 존 카니 감독 신작
아일랜드의 존 카니 감독은 음악을 영화에 끌어들여 감동적인 이야기를 빚어내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여왔다. 그의 전작 '싱 스트리트'(2016), '비긴 어게인'(2014), '원스'(2007) 등이 그렇다.

'비긴 어게인'은 국내 개봉 당시 34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카니 감독이 또 한 편의 감동적인 음악 영화를 내놨다. 그의 신작인 '플로라 앤 썬'이다.

플로라(이브 휴슨 분)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사고뭉치 10대 아들 맥스(오렌 킨란)와 사는 싱글맘이다.

직업은 남의 집 아이를 돌보는 가사 노동자다. 맥스가 말썽을 안 피우게 하려면 "손을 바쁘게 할 것"을 찾아줘야 한다는 경찰관의 조언을 마음에 두고 있던 플로라는 어느 날 쓰레기 더미에서 기타를 발견한다.

이것을 수리점에 맡겨 그럴듯하게 만들어 맥스에게 주지만, 그는 "어쿠스틱 기타엔 관심 없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갈 곳을 잃은 악기가 딱했는지 플로라는 기타 연주를 배우기로 결심한다.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외모가 눈에 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음악가 제프(조셉 고든 레빗)를 찾아내고, 그에게 온라인 레슨을 받는다.

플로라는 처음엔 제프를 상대로 '플러팅'(추파 던지기)에 열중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음악에 빠져든다.

맥스가 흠뻑 빠져 있는 전자음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진다.

이렇게 음악은 플로라와 제프, 플로라와 맥스를 이어준다.
플로라가 온라인 레슨을 받는 장면에선 그가 앞에 둔 노트북 화면에 제프가 보이거나 각자의 얼굴 영상이 번갈아 나온다.

그러다가 음악의 감동이 고조되면 어느덧 플로라의 곁에 제프가 와 있다.

제프를 연모하는 플로라의 환상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다.

달이 밝은 어느 밤 플로라의 집 테라스에서 두 사람이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은 음악과 영상 모두 아름답다.

삶이 엉망진창으로 돼버린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카니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코믹한 요소는 전작들보다 강하다.

특히 플로라는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플로라가 스마트폰으로 맥스의 뮤직비디오를 찍어줄 때 폰 화면에 보이는 맥스의 진지한 표정과 동작도 관객의 웃음을 터뜨릴 만하다.

이브 휴슨은 천박해 보이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플로라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아일랜드인인 휴슨은 플로라에 대해 "뼛속까지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음악의 힘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진정한 호소력을 가진 아름다운 음악이란 어쩌면 절망의 깊은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플로라 앤 썬'은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22일 개봉. 97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