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직의 넘치는 '명품 사랑'…최선희는 구찌·김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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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맹비난·주민 옷차림 예절 강조해온 北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한 북한 고위직 여성들이 소지하고 있던 명품 가방에 눈길이 쏠린다.
김정은·김여정 등 北고위직의 이어지는 명품사랑
18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 뉴스(NK NEWS)는 북한 정권의 부르주아 혹은 반사회주의에 대한 강력 탄압에도 불구하고 북한 고위직은 해외 출장 때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밝혔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6일 보도한 사진에 따르면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유리 가가린 항공 공장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든 핸드백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가방이었다. 타조 가죽으로 만든 주미 모델의 이 핸드백은 지금은 생산되지 않으나, 중고 시장에서는 1만 달러(약 1330만원)에 거래된다고 NK뉴스는 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도 검은색 디올 핸드백을 든 채로 등장했다. 그의 핸드백은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레이디 디올 고급 제품이었다. 디올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은 7000달러(약 929만원)에 판매 중이다. 다만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중국 웹사이트에서 8달러(약 1만원)에 살 수 있는 중국산 핸드백을 들고 나타났다.
지난 2006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따라 북한에 사치품 수출이 금지됐으나, 북한 고위직들의 명품 사랑은 여전하다. 최근 러시아 방문 때 김 위원장이 차고 있던 시계도 스위스제 IWC 샤프하우젠 시계였다. 과거 부인 이설주도 디올 핸드백을 들고 딸 김주애는 디올 외투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지난 7월 중국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할 때 불가리 핸드백을 들기도 했다.북한 고위직의 '명품 사랑'은 '자본주의 문화'가 북한을 파괴하는 무기라고 규정해온 북한 정권의 모습과는 배치된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노동신문 등에서 북한이 주민들에게는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맞는 옷차림 예절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다소 이중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호주 디킨대 인도주의 리더십 센터의 나자닌 자데-커밍스 부소장은 "북한 고위층들이 일반 주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물건들을 소지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며 "북한의 고위층이 살아가는 방식과 평균적인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의 큰 차이를 잘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동안 북한 주민 가운데 1000만명 이상이 기아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