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가르치면 한글 학습 다를까…美 공략 나선 스타트업들 [긱스]
입력
수정
생성 인공지능(AI)은 교육 분야에서도 많은 서비스를 바꿔냈습니다. 특히 언어 교육에선 학습자의 말과 글을 이해하고, 읽기와 듣기 공부가 가능하도록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AI 특성이 각광 받았습니다. 형태의 상당수는 AI가 영어를 국내 학습자에게 가르치는 내용이었습니다. 언어와 생성 AI 접목은 여전히 활발하지만, 최근 서비스 영역은 더 넓어지는 양상입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공략에 동시다발적으로 나선 점이 그렇습니다. 생성 AI는 어떤 기술적 변화를 바탕으로 '한류'에 올라타고 있는지, 한경 긱스(Geeks)가 알아봤습니다.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생성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생성 AI 사업 확장의 관건은 제대로 된 수익을 낼 시장을 찾는 것이었는데, 스타트업들이 한국어 교육의 수익화 가능성을 먼저 예측하고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선 모습이다.
기존에도 AI를 접목한 외국어 교육은 존재했다. 하지만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 AI 응용이 최근 확산하며, 발화자의 부정확한 발음이나 문장 구성을 이해하고 학습 자료를 무한정 생산해내는 기술 특징이 교육 업계에서 부각됐다. 과포화된 AI 기반 영어교육 시장에서 벗어나, 동일 기술로 ‘블루오션’을 찾아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어 교과서 바꾸는 생성 AI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AI 업체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최근 미 하와이주립대 출판사(UH 프레스)와 AI 기반 한국어 교과과정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UH 프레스에서 만드는 한국어 교재 ‘Korean Klear Textbook(클리어)’을 개편한 뒤 QR코드로 AI 교육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내년부터 하와이주립대 내 4학점짜리 정규 강의에 도입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관련 프로젝트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채용된 뤼튼의 프롬프트 엔지니어(AI 지시 체계 및 명령 기법 개발자) 강수진 박사가 이끌고 있다.클리어는 1994년도에 탄생한 한국어 교육 교재다. 아시아 이민자가 많았던 하와이는 대학 내 이민자들 국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는데, 특히 하와이주립대에선 1972년 미국 최초로 한국학 연구소가 생기는 등 한국어 교육이 강세였다. 클리어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미국 영국 등 각 국가의 50여 명 상당 한국어 교수와 언어학자가 참여해 만들어졌다. 현재는 하버드대, 프리스턴대 등을 포함한 180개 대학에서 쓰이고 있다.클리어에 삽입될 대표적인 기능은 AI가 생성해 주는 ‘스피킹 스크립트’다. 교과서에 인쇄된 문단 이외에, 사용자가 암기하고 싶은 스크립트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남과 북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과 같은 첨예한 주제도 생성해 준다. 교사를 대신해 학생이 쓴 문장의 문법 오류를 AI가 잡아주고, 궁금한 문장에 대한 정확한 발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어 속담 봇’처럼 용례에 따른 한국어 속담을 AI가 문맥에 맞는 해설할 수 있다. 각 기능은 교과서 내 단어 학습, 문법 학습, 쓰기 학습 속에 골고루 포함될 예정이다.
추론에 강한 LLM, 말하기·쓰기 '우수'
언어학에서 한국어는 ‘고맥락 언어’로 분류된다. 고맥락 언어는 단어 하나가 칭하는 의미가 다른 언어보다 많아 문장과 문단의 전후관계를 모두 파악해야 이해할 수 있다. 맥락을 추론해 다음에 오는 문장을 배치하고, 전체적인 뜻을 이해하는 능력은 LLM의 핵심 기능이다. AI 기반 한국어 교육은 특히 말하기와 쓰기를 학습시키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다. 듣기와 읽기 역시 학습 자료 생성에 제한이 없단 점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말하기와 쓰기는 인간 교사의 존재 유무가 실력 상승을 가르는 영역이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됐거나 새롭게 나올 AI 서비스들이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지닌 이유다.지난 21일 제주도에 한국어 교육 연구소를 한컴지니케이는 지난해 7월 스타트업 살랑코리아와 한글과컴퓨터가 설립한 조인트벤처(JV)다. 한컴지니케이는 생성 AI 기반 한국어 말하기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살랑코리아 창업가이기도 한 이광헌 한컴지니케이 대표는 “생성 AI 기술이 만들어낸 가장 큰 특징은 시나리오 위주의 말하기 교육 방식을 탈피했다는 것”이라며 “기존에 입력된 데이터와 학습자 음성의 일치도를 따져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 시나리오 밖 질문에도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략 국가는 미국을 포함한 영미권이 1순위, 이어 중국과 라틴어 사용 국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개발 업체 이튜와 비상교육도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양사는 ‘외국인 한국어 학습용 초거대 AI 대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외국인 한국어 발음이 국적별로 달라도 AI가 이해하고, 학습자의 실력에 맞는 답을 제시해 맞춤형 교육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내년 3월 베트남 공교육 현장에서 먼저 적용될 예정이다.스타트업 미리내테크놀로지는 ‘한국어 컴파일러’와 생성 AI를 접목한 문장 분석기를 만들었다. 미 실리콘밸리 1세대 엔지니어로 꼽히는 존 웨인라이트가 유환수 대표와 공동 창업한 업체다. 컴파일러는 원래 프로그래밍 언어의 코드 전체를 다른 언어로 바꿔주는 SW다. AI 기반 한국어 컴파일러는 학습자가 문장을 써내면 이를 형태소 단위까지 분석하고, 신조어나 속담 등도 구성을 파악해 준다. 유 대표는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6만 명“이라며 ”현재 영어와 일본어, 베트남과 러시아어 등이 제공되는 데 아랍어도 곧 추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글로벌' 쉬운 한국어 AI 스타트업
한국어 교육과 AI의 접목은 기존에도 조금씩 존재했다. 언어학자이자 한국어 교육과 AI를 연구해 온 강수진 박사는 “기존 미국 시장에서 시도되던 가장 주요한 형태는 AI 챗봇”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확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원인은 다양했다. 말하기 측면에선 당시에도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 이를 다시 챗봇에 입력시키는 형태의 활용법이 있었다. 하지만 국가별 화자들의 각기 다른 발음을 AI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쓰기 교육에서도 입력시킨 데이터가 적어 학습자의 문장이 맞고 틀린 정도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인력과 자금 투자를 통해 파라미터(매개변수)의 ‘특이점’을 이룬 생성 AI는 답변을 무한정 생산해내고 범위에 대한 제약이 사라졌다. 배운 데로만 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이 음성인식 기술과, 적은 데이터로도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보조 기술 역시 발달했다. 2016년부터 한국어 교육 사업을 이어온 이광헌 대표는 “음성인식만 하더라도 국가별, 나이대별 발음이 달라 70~80% 정도 인식률을 보였는데, 요즘엔 대부분 95% 이상 인식한다”며 “해외 LLM들도 한국어에 대한 우선순위가 올라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기 편해졌다”고 말했다.국내에 AI 기반 영어 학습 서비스 경쟁이 심했던 점도 한국어 교육 서비스가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고객군만 외국인으로 달라졌을 뿐, 두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은 비슷하다는 것이 창업가들 설명이다. 최초부터 사업을 글로벌 단위로 펼쳐야 한다는 난관이 주어지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한국어 교육은 시장이 더 크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현대언어협회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내 대학 및 고등교육 기관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 수는 약 1만 4000명에서 지난해까지 25.4%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어학습 AI 회사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지난해부터 일부 업체선 구조조정도 있었다”며 “동남아와 미국 등에서 한국어 학습 수요가 늘어난 만큼 선점 업체의 성장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