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버스 아니면 불법"…소풍·수학여행 무더기 취소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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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A씨는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취소 안내' 통지문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학교 교육 내용을 보충 심화하고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고자 운영 계획을 세웠지만, 체험학습을 위해 일반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제처의 해석과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규정에 맞는 버스를 구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10월에 시행하기로 했던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A씨는 "아이에게 '버스 때문에 소풍에 못간다'는 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수학여행과 소풍 등 체험학습에 '노란버스'가 아닌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유권해석에 교육 당국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교육청이 법제처에 "현장 체험학습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령 해석을 요청했고, 법제처는 지난해 10월 '교육 과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비상시적 현장 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에 대해 전세버스 대신 어린이 통학버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후 경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 7월 교육부와 전세버스조합연합회 등에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현장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할 때는 통학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라는 공문을 전송했다.
공문을 전달받은 전국의 초등학교는 비상에 걸렸다. 현장 체험학습을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전세버스가 아닌 노란버스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 각 학교는 체험학습에 앞서 전세버스 업체와 수개월 전부터 계약을 체결했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학교에서 범법행위를 할 수 없다"면서 위약금을 지불하며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여기에 경찰청에 등록된 어린이용 통학버스가 전국적으로 6955대뿐이라는 점에서 버스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전국 초등학교가 버스회사와 체험학습을 위해 계약한 차량은 약 5만 대였다. 결국 체험학습을 포기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일 기준 서울 내 초등학교 604곳 가운데 2학기에 현장 체험학습을 계획한 학교는 589곳이고, 이 중 479곳(81.3%)이 현장 체험학습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세버스 업체의 피해도 막심하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 4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전국 1617개 업체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노란버스 논란으로 인한 전세버스 계약 취소 피해액이 161억원으로 집계되었고, 취소 건수도 전국적으로 1703건에 달했다. 연합회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달 중 17개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법제처,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전세버스 이용을 합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일반 전세버스를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 이용해도 적법하도록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자동차 규칙)'을 개정하고, 교육부는 일선 학교가 그동안 취소했던 현장체험학습을 재개하도록 지원할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이미 체험학습을 취소한 학교들이 다시 이를 추진하는 건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체험학습에 전세버스 이용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일 행안위 전체회의, 21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바로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될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수학여행과 소풍 등 체험학습에 '노란버스'가 아닌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유권해석에 교육 당국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교육청이 법제처에 "현장 체험학습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령 해석을 요청했고, 법제처는 지난해 10월 '교육 과정 목적으로 이뤄지는 비상시적 현장 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에 대해 전세버스 대신 어린이 통학버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후 경찰은 이를 근거로 지난 7월 교육부와 전세버스조합연합회 등에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현장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할 때는 통학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라는 공문을 전송했다.
공문을 전달받은 전국의 초등학교는 비상에 걸렸다. 현장 체험학습을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던 전세버스가 아닌 노란버스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 각 학교는 체험학습에 앞서 전세버스 업체와 수개월 전부터 계약을 체결했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학교에서 범법행위를 할 수 없다"면서 위약금을 지불하며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여기에 경찰청에 등록된 어린이용 통학버스가 전국적으로 6955대뿐이라는 점에서 버스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전국 초등학교가 버스회사와 체험학습을 위해 계약한 차량은 약 5만 대였다. 결국 체험학습을 포기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7일 기준 서울 내 초등학교 604곳 가운데 2학기에 현장 체험학습을 계획한 학교는 589곳이고, 이 중 479곳(81.3%)이 현장 체험학습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세버스 업체의 피해도 막심하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지난 4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전국 1617개 업체를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노란버스 논란으로 인한 전세버스 계약 취소 피해액이 161억원으로 집계되었고, 취소 건수도 전국적으로 1703건에 달했다. 연합회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달 중 17개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법제처,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전세버스 이용을 합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일반 전세버스를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 이용해도 적법하도록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자동차 규칙)'을 개정하고, 교육부는 일선 학교가 그동안 취소했던 현장체험학습을 재개하도록 지원할 계획을 전했다. 하지만 이미 체험학습을 취소한 학교들이 다시 이를 추진하는 건 쉽지 않으리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체험학습에 전세버스 이용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일 행안위 전체회의, 21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바로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될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