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피아니스트 김선욱, 경기필 예술감독으로도 성공할까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
경기필 차기 예술감독 선임

2021년 데뷔한 3년차 지휘자
음악·예술감독으로선 짧은 경력

탄탄한 기본기·우수한 소통력 강점
지휘자 김선욱이 지난 6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모습.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공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35)이 20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2년이다. 그간 지휘자보단 피아니스트로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만큼, 김선욱이 국내 주요 국공립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자리에 발탁된 것을 계기로 지휘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선욱은 2006년 만 18세의 나이에 참가한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 우승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 반열에 오른 피아니스트다. 그러나 지휘자로는 아직 신입이다. 2010년부터 3년간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서 수학했고, 2021년 1월 KBS교향악단을 이끌면서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서울시향, 영국 본머스 심포니, 마카오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경력을 쌓았으나 그마저도 연차로 따지면 3년차에 그친다. 여느 상임지휘자에게 흔히 따라붙는 부지휘자, 수석지휘자 이력도 아직 없다. 경기필 예술감독 선임 결정에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결국 내세울 만한 이력 없이 오로지 실력 하나로 자리에 적합한 지휘자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현재 국내 주요 국공립 오케스트라가 얍 판 츠베덴(63·서울시향), 피에타리 잉키넨(43·KBS교향악단), 다비트 라일란트(44·국립심포니) 등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검증된 인물들을 음악·예술감독으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이들과 겨뤄서 뒤지지 않을 지휘를 선보이는 게 첫 관문이 될 수 있단 얘기다.

물론 기대되는 면도 있다. 지휘자 김선욱은 탄탄한 기본기와 우수한 소통력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경기필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김선욱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작품에 대한 영민한 해석과 단원들과의 긴밀한 교류로 호평을 받아온 지휘자인 만큼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며 "지휘자로서 얼마나 다양한 레퍼토리를 확보하고 있는지, 짧은 경력을 능가할 만한 좋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