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태평양전쟁…일본의 '세 번째 팽창'이 시작됐다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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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온다부자가 망해도 삼대(三代)는 간다고 했다. 일본을 보면, 맞는 얘기다. 1990년대 이후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잃어버린 30년'을 보냈지만, 다시 아시아 맹주로 올라서기 위해 힘을 다지고 있다.
김현철 지음
쌤앤파커스
360쪽│2만2000원
최근 출간된 <일본이 온다>는 일본의 정치·경제적 흐름을 정리하고 한국의 미래 전략을 제시한다. 책은 "일본이 새로운 대외 팽창을 시도하며 국제 질서의 판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쿼드와 아시아·태평양 전략 등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그려 놓은 대국 외교의 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저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으로 있는 김현철 교수다.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경제보좌관 등을 지냈다. 책에서 나열하는 대안도 신남방정책, 소득주도성장 등 이전 정권의 핵심 정책들을 떠올리게 한다. 정치관과는 별개로,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 자체는 설득력 있다.일본이 대외 팽창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6세기 임진왜란이 시작이었다. 20세기엔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등으로 패권을 넘봤다. 이러한 시도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한국은 늘 피해자였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일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베 전 총리는 미국에 태평양·인도양 지역을 묶어 중국의 바닷길을 틀어막는 전략을 제안했다.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동아시아 지역 내 긴장 고조로 인한 부담은 대만과 한국 등이 지게 된다. 그 사이 자기들은 기지 국가로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심산이다.한국이 일본의 전략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외교적으로 다변화를 꾀할 것을 제안한다. 인도나 아세안 등이 대표적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 상 특정 국가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내수 진작을 위해 노동과 복지, 교육 등에서 온 국민을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도 정치인들의 실책이 촉발한 결과로 본다. 패전 후 일본 정치인들이 책임을 피하고자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랐고, 그렇게 체결된 플라자합의가 일본의 경제를 교란했다는 이유에서다. 책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강인하고 우수한 국민이 정치를 강하게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