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안 한다'는 황수경에 "여성 필요하다"며 임명했던 靑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될 당시 청장직을 고사했는데도 청와대에서 여성 청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청와대는 소득분배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황 전 청장을 경질했다.

20일 관가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었던 황 전 청장에 통계청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황 전 청장은 학자로 남고 싶은 생각에 처음에는 청장직을 거절했다. 이후 다시 청와대에서 연락해 "우리는 여성이 필요하다"며 재차 통계청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초대 내각 여성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남녀 동수 내각을 임기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황 전 청장은 청장직을 수락했고, 같은 해 7월 취임했다. 황 전 청장은 임명 당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일상생활에 매우 유용한 통계를 많이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8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 비율)이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인 5.95로 나온 이후 황 전 청장은 임기를 1년 남기고 전격 경질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수치는 2017년 2분기 이후 적용해온 계산 방식을 인위적으로 바꿔 그나마 6.01에서 낮춰진 수치였고, 이러한 변경 과정을 외부 출신인 황 전 청장은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 황 전 청장은 통계청이 청와대에 소득·고용 등 관련 통계의 원자료를 사전에 제공하는 것을 반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청장은 2018년8월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강신욱 당시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 새 통계청장에 임명됐다. 여권은 강 전 청장이 2019년 130억원을 들여 빈곤층 비중을 줄이고 중간층과 고소득층 비중을 늘리는 가계동향 표본 개편을 단행한 결과 33%이던 월 200만원 이하 빈곤층 비중이 26%로 7%포인트 낮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