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멈춰 세워라"…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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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단식' 중 장문의 글로 입장 표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워달라"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했던 불체포특권을 포기 선언을 번복한 것이다.
21일 표결하는 체포동의안 '부결' 주장
"올가미가 잘못됐다면 부숴야"
녹색병원에 입원해 수액 치료를 받으며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영장 청구는 황당무계하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21일 예정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이를 '부결해야 한다'는 취지다.이 대표는 글을 통해 "검찰은 검사 약 60명 등 수사 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2년이 넘도록 제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수색 하는 등 탈탈 털었다. 그러나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백현동 배임죄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한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 방식이 '공산주의자' 같다며 '지자체는 인허가를 할 때 이를 이용해 최대한 돈을 벌고 민간이익을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은 공산당식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공사를 개발사업에 참여시켜 200억원을 더 벌 수 있는데도, 토지 무상양여로 약 1000억밖에 못 벌었으니 200억원만큼 배임죄'라는 공산당식 주장을 한다"며 "만일 시 산하기관이 참여해 200억 원을 벌도록 했다면 제3자 뇌물이라 우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 벌면 제3자 뇌물죄, 돈 안 벌면 배임죄라니 정치 검찰에게 이재명은 무엇을 하든 범죄자"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자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법률가 출신의 유력 정치인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회성 방북 이벤트와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을 위해, 얼굴도 모르는 부패 기업가에게 뇌물 100억원을 북한에 대납시키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류 소설 스토리라인도 못 되는 수준"이라며 "이 스토리를 뒷받침할 증거라고는 그 흔한 통화기록이나 녹취, 메모 하나 없다. 이화영 부지사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고 했다.
"비열한 정치 공작…비회기 중 영장 청구했어야"
이 대표는 검찰이 9월에 시작된 국회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한 것을 짚으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다. 중립이 생명인 검찰권을 사적으로 남용해 비열한 ‘정치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이어 "제가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것이 아니라 부숴야 한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다면 삼권분립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검찰의 정치개입과 헌정 파괴에 맞서는 길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가 "이재명과 검찰 간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권은 검찰을 앞세워 헌정질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입법부를 짓밟으며 3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며 "위기에 처한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부결'을, 비명계 의원들은 '가결'을 주장하는 상황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6월 국회 연설에선…"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 받겠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압수수색, 구속기소, 정쟁만 일삼는 무도한 압·구·정 정권의 그 실상을 국민들께 드러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이는 사전에 준비된 원고에 없었던 것으로, 연설 직전 비공개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고위원들은 "잘하셨다", "오늘 하는 게 좋겠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도 지난 7월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당한 영창 청구에 대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했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