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등급 오르면 주가도 상승한다

기업의 ESG 등급 상승과 주가 상승 간의 관계에 대한 보고서가 ESG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 증시의 경우 ESG 등급 상승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경우가 76%를 차지했다. 아직은 실적 상승보다 주가 기여도가 낮지만 ESG 관련 지표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어 유용한 분석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경ESG] 투자 트렌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일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주가는 상승할까?’ ESG 투자자들이 줄곧 품고 있는 의문이다. 안티 ESG 움직임이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에서 의구심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실제 올 들어 ESG 주식형 펀드에서 3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착한 기업이 곧 돈을 벌어주는 기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불신 탓이다. 전문가들은 “ESG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본질적 의미가 흐려지고 정치적 갈등의 대상이 되는 듯한 모습”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ESG 성과에 기업 실적이 더해진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ESG 투자에 힘을 보태고 있다. 돈을 벌어주는 ESG 투자에는 어떤 전제 조건이 있을까.ESG 투자 흐름에 반기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와 미국연방의회가 156건에 달하는 안티 ESG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출을 제한하는 등 ESG를 잣대로 불이익을 가하는 데 반기를 드는 법안이다. 이 밖에도 ESG 관점에서 사업을 제한하거나, 투자 결정 시 ESG 요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조를 꺾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ESG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되지 않도록 물길을 되돌리겠다는 얘기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요소 등 ‘비재무적’ 기준은 주관적·임의적이며, 모호한 가치에 근거한다고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 지표로서 ESG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안티 ESG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에도 과연 ESG를 기준으로 투자처를 모색했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의심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ESG 요소는 정성적이며, 다른 말로 모호하다”며 “같은 대상을 두고 기관별 평가 결과가 상이한 것은 ESG 투자자에게 추가적 위험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기업가치 평가 시 ESG 요소를 반영하려는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이 평가가 유용한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투자자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ESG 주식형(ETF 포함) 54개 펀드에서 3200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다만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안티 ESG 트렌드가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해서 ESG 투자에 대한 수요가 침체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ESG 투자가 유효하다는 의견이다.ESG 등급 상승→주가 상승?

최근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보고서가 등장했다. ESG 등급 상승이 기업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뤘다. ’모집단 기업 중 ESG 등급 상승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었는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기업 비중은 얼마인가’ 등을 분석한 보고서다. 미국과 한국의 각국 증권거래소(NYSE, NASDAQ, KOSPI)에 상장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유럽은 STOXX 6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상위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모집단 내 기업 중 ‘ESG 등급 상승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기업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기업이 76%로 가장 높았다. 나스닥(NASDAQ), 상장기업이 68%, 코스피(KOSPI) 상장기업이 65%로 뒤를 이었다. Stoxx 600 상장기업이 63%로 가장 낮았다. 반면 실적 상승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기업은 NYSE 89%, 나스닥 79%, Stoxx 600 79%, 코스피 69% 수준으로 조사됐다.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모집단 내 ESG 등급이 상승한 기업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의 비중은, 실적이 상승한 기업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의 비중보다 10%p 낮은 수준”이라며 “아직까지는 ESG 등급 상승이 실적 상승보다는 주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등급 상승과 실적 상승이 동시에 이루어진 기업 중 주가가 상승한 비중은 NYSE 85%, 나스닥 76.5%, STOXX 600 76.9%, 코스피 76.5%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실적 상승→주가 상승’ 기업 비중과 유사 또는 높은 수준”이라며 “즉 ESG 관련 지표가 더욱 정교해지고 산업 및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맞춰 세분화되고 발전돼 재무지표와 함께 사용된다면 ESG 지표 또한 유용한 분석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장기 수익률 높은 ESG 펀드 주목해라

장기 수익률이 높은 ESG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ESG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는 있지만, 안정적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설정액 100억원 이상 펀드 중 최근 3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ESG 펀드는 브이아이 FOCUS ESG Leaders 150 ETF다. KRX ESG Leaders 150을 기초지수로 삼는 인덱스 상품으로 한국ESG기준원의 평가 등급을 높게 받은 150개 기업을 담고 있다. 3년 수익률은 30.90%다. ESG 우수 기업을 포괄적으로 투자한 상품이 가장 높은 3년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두 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삼성유럽ESG펀드(24.42%)다. ESG에서 앞서고 있다는 유럽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프랑스의 슈나이더 일렉트릭, 네덜란드의 ASML, 독일의 알리안츠 등이 주요 투자처다.

5년 수익률이 가장 앞선 펀드는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다. 5년 수익률은 55.17%로 시장 수익률을 앞선다. 2위 삼성ESG착한책임투자펀드(30.19%)와 격차도 크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현대차, LG화학 등 국내 주요 대형주 5개가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가량이다. 전문가들은 “ESG는 투자 시 실적과 재무 상황 등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여부 또한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개념”이라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여부를 측정하는 도구로서 투자 시 ESG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지표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