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긴축은 상식적…인플레 억제, 중앙은행·정부 방향 같아야" "세계화 이득 누린 한국, 탈세계화 리스크"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일 각국에서 부동산과 맞물린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트리셰 전 총재는 이날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등에 따른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에서 전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든 미국이든 어떤 선진국이든 부동산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특히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경우 취약성이 높다"며 "어떤 나라든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트리셰 전 총재는 "지난해 전세계 공공과 민간 부채비율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38%에 달했다"며 "2007∼2008년 커다란 금융위기를 발생시켰던 가장 큰 요인이 부채 과잉이었는데 그때보다 부채비율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느 시점에서인가 가장 취약한 국가에서, 취약한 부문에서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한다"며 "고금리가 지속되고 높은 부채비율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한국에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론에 대해선 "중국 업체의 자회사가 한국에 있거나 한국 업체 자회사가 중국에 있는 등 그런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하면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세계가 받는 영향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 물가 상승세와 관련해서는 "물가를 억제하는 싸움에서 (각국이) 승리할 것"이라며 한국 역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리셰 전 총재는 "현재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의 의무가 물가 안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의 상황은 과거 1차·2차 오일쇼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긴축 기조를 멈춰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시민들은 물가 상승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으며, 물가 상승은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을 포함해 세계 많은 국가가 물가 안정을 획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리적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의 지출 증가율을 2.8%로 억제한 것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큰 상황에서 상식적 정책"이라며 "경제 전체에 이득이고 모든 시민에게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화에 따라 이득을 본 국가라면서, 탈세계화가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