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 355회 '단주매매'로 개미 유인…전업투자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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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단주매매로 시세조종"증권선물위원회가 단주매매 방식으로 부당이득 약 11억원을 얻은 단타 전업투자자를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단주매매는 주식 매수·매도 주문을 10주 안팎 소량으로 짧은 시간에 반복 제출하는 매매 행위를 뜻한다.
"정상적 투자 방법 아닌데 주식 카페 등에서 홍보…유의해야"
증선위가 검찰에 고발한 투자자는 단기 매매로 시세 차익을 추구하는 '단타' 개인투자자로 알려졌다. 증선위는 이 투자자가 짧은 시간에 여러 계좌를 이용해 소량씩 고가 매수 주문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다른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해 주가 시세를 조작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증선위에 따르면 이 투자자는 단주매매에 본인과 타인 명의 계좌 8개를 동원했다. 이들 계좌로 특정 종목 주식을 대량 선매수한 뒤 확보한 물량을 가지고 일부러 고가 매수주문을 반복했다. 주식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한 건당 평균 40여분간 수십~수천회가량 소량 주문을 넣었다. 증선위는 "이 투자자는 시세 유인 주문을 제출한 뒤 주가가 오르면 선매수 주식을 전량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뤄진 주문 수는 1초당 평균 3.9회였다"고 설명했다.
이 투자자는 한 번은 1분30여초간 특정 종목의 시장가 매수 주문을 2주씩 총 355회 제출했다. 당시 이 종목은 주가가 약 7% 뛰었다. 이 기간 이 종목의 매수 주문수량과 횟수는 직전 거래일 같은 시간대에 비해 각각 13배 이상 늘었다. 6분여간 총 500회에 걸쳐 단주 고가 매수 주문을 제출해 주가를 띄우기도 했다. 이 종목은 주가가 8% 이상 올랐다.
증선위는 시세조종 혐의를 받은 투자자가 여러 증권사를 옮겨 다니며 본인과 타인 명의 계좌를 번갈아 썼다는 사실도 적발했다. 단주 매매를 이유로 증권사로부터 수탁 거부 등의 조치를 총 27차례 받았는데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다. 증선위는 "반복적인 단주매매는 정상적인 투자기법이 아닌 시세조종 행위가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과거부터 위와 같은 단주매매를 통한 시세조종행위를 꾸준히 적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주식카페 등에선 ‘합법적인 매매기법’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매매 유인 효과를 기대하고 단수매매에 나서는 이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을 적용받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거나,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