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시도 '서울 쏠림'…지방대는 미달 위기
입력
수정
지면A25
2024학년도 '메디컬 입시' 서울-지방 격차 심화의대 입시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과 수도권 의대의 수시 경쟁률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수시 모집부터 적용된 ‘지방 의대 지역인재 40% 의무 선발 제도’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방 의대는 수시 입시에서 미달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권 9개 대학 경쟁률 48대 1
지방권은 18대 1…매년 떨어져
'지역인재 의무 선발제도' 영향 탓
수도권 학생 지원해도 경쟁력 없어
지방 의대 일부 미충원 나올 수도
○서울-지방 의대 경쟁률 격차 심화
20일 종로학원이 전국 108개 의·약학계열의 수시 모집 지원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9개 의대의 올해 수시 평균 경쟁률은 47.5 대 1이었다.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에는 각각 46.1 대 1, 44.4 대 1을 기록했다.의대 수가 적은 수도권의 경쟁률은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더 높다. 지난해 145.9 대 1에 이어 이번 수시 평균 경쟁률은 132.8 대 1에 달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의대 1, 2위는 인천 인하대(172.9 대 1)와 경기 아주대(162.1 대 1)로 모두 수도권에 있다. 종로학원은 “학생 수는 더 많지만 의대는 3개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하향 지원하는 서울권 학생과 상향 지원하는 지방권 학생들이 경기·인천 의대로 몰리는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방권 27개 의대의 경쟁률은 18.1 대 1로 20 대 1 밑으로 떨어졌다. 전남대 의대는 경쟁률이 5.3 대 1로 사실상 미달 수준에 그쳤다. 수시는 여섯 번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6 대 1 미만은 미달로 간주한다. 인제대(6.3 대 1), 제주대(7.8 대 1), 조선대(9.3 대 1), 원광대(9.7 대 1) 등도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의대 쏠림’ 현상에도 불구하고 지방대 인기는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권과 비수도권 의대 간 경쟁률 격차는 2022학년도 21.5 대 1에서 2023학년도 22.2 대 1, 2024학년도 29.4 대 1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40% 지역인재 선발에 경쟁률 ‘뚝’
지방권 의대 경쟁률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도입된 ‘지방 의대 지역인재 의무 선발제’가 꼽힌다. 2023학년도부터 지방 의대는 입학정원의 40%(강원·제주는 20%)를 지역인재로 선발해야 한다. 지역 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다.이번 수시 모집에서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은 58.6%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호남권 의대가 70.5%로 가장 높았고, 부산·울산·경남 69.3%, 대구·경북 62.1%, 제주 54.5%, 충청 46.0%, 강원 34.2% 등의 순이었다.
예를 들어 울산대 의대의 경우 2024학년도 정원 40명 중 수시에서 30명을 뽑는데, 그중 지역인재가 16명이다. 서울 등 수도권 학생들이 수시에서는 지방 의대에 지원 시 경쟁력이 없는 셈이다. 수의대를 제외한 약대·치대·한의대 역시 수시모집에서 지역인재를 40% 선발해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과 지방 의대의 수시 경쟁률 격차가 매년 커질 수 있고, 일부 대학은 미충원 현상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순영 가톨릭대 교수는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지방으로 전입하는 ‘무늬만 지역인재’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며 “학생이 졸업 후 지역 연고로 의사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