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에 해외여행 급증

내수 진작 효과 기대 못 미칠수도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노리고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추석 연휴가 6일로 늘어났지만, 유통업계는 되레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소비 여력이 큰 사람들이 대거 해외여행에 나서기로 하면서 “기대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20일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에 해외여행을 가기로 예약한 인원은 1만5000여 명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추석 연휴(9월 12~15일)보다 두 배 많은 숫자다.반면 국내 여행 예약은 지난해보다 많이 늘지 않았다. 모두투어 집계 결과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국내 여행 예약 건수는 전년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연휴 기간이 작년(9월 9~12일)에 비해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실적이라는 게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최근 끝난 추석 선물 예약판매 매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을 두고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로 떠날 계획을 잡은 소비자들이 예약판매 기간에 일찌감치 선물 구입을 마무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작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부터는 점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어진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103% 급증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백화점 3사 매출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뒷걸음쳤을 정도로 경기가 안 좋다”며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경기가 살아날 요인이 생긴 것도 아닌 만큼 예약판매 매출 기록엔 해외여행 급증으로 인한 가수요가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여행에 필요한 비용이 크게 더 들어 아예 ‘집콕’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멤버스가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연휴 계획을 물은 결과 ‘집에서 쉬겠다’(30.0%)는 응답이 ‘여행을 가겠다’(22.4%)는 대답보다 많았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