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연합' 제안한 尹…글로벌 에너지 전환 주도한다

유엔총회 기조연설

재생에너지 100%로 충당하면
개도국 경제적 비용 부담 커져

무탄소에너지 국제표준 채택땐
韓기업 수출확대·일자리에 도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무탄소연합’(카본프리얼라이언스) 결성을 제안한 것은 재생에너지만을 기준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무탄소연합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과 수소, 탄소포집 등 직접적인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무탄소에너지)을 확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판단 기준을 무탄소에너지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전례 없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 안보는 물론 경제, 기술, 보건, 환경,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국가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개발 격차, 기후 격차, 디지털 격차 등 세 가지 분야의 격차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무탄소연합 결성은 이 중 기후 격차 해소를 위한 핵심 방안이다.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기존 RE100이니셔티브를 따를 경우 소수 국가만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생에너지에 불리한 자연환경을 가진 한국도 다른 나라의 2~3배에 달하는 발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무탄소에너지 활용을 선언하면서 “이를 (에너지 전환에 비용을 쓸 여력이 없는) 기후위기 취약국과 공유해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디지털페이 체제로 직행했듯이 선진국이 힘을 보태면 개발도상국도 무탄소에너지 체제로 충분히 전환할 수 있다”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무탄소에너지 확산을 위해 협력하면 개발도상국의 탄소 감축뿐 아니라 산업화를 실현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구상대로 무탄소연합이 자리잡고 무탄소에너지를 기준으로 하는 탄소중립이 국제표준이 되면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최 수석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전과 수소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세계로 확장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한·유엔 협력과 한반도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개발 격차 해소와 관련해 “지구상에는 아직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라가 많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발전은 불가능하다”며 “개발 격차를 해소하려면 재원과 기술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내년 공적개발원조(ODA) 정부 예산안 규모를 40% 이상 늘렸다”며 “확대된 ODA로 지원받는 국가에 맞춤형 개발협력을 추진하고, 특히 이들 국가의 발전을 위한 교육훈련 ODA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격차 해소와 관련해선 인공지능(AI) 글로벌 포럼 개최를 제안했다. 각 국가가 AI에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고, AI가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취지다. 글로벌 포럼에서는 AI 관련 유엔 국제기구 설립을 논의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계획이다.

뉴욕=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