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러시아 대신 '러시아-북한' 순서로 지칭한 尹…외교기조 반영

박진도 '러북' 표현…새 정부 들어 '가치 연대' 앞세우며 '한일중'·'미북'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면서 북한과 러시아를 '러시아-북한' 순으로 지칭했다.윤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통상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에서 두 국가를 '북한-러시아'(북러) 순서로 표현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것이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으로 양쪽 모두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지만,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잇단 도발로 러시아보다 우리나라에 더욱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러북 관계'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달 초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북아 3국을 '한중일'이 아닌 '한일중'으로 중국에 앞서 일본을 먼저 표기했다.

동북아 3국의 회의에서 자국을 가장 앞에, 이어 차기 의장국을 먼저 표기하는 원칙도 고려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운 외교 기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 들어 가치와 자유의 연대를 기초로 미, 일과 보다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북미보다 미북으로 보고 있고 '한중일'보다 '한일중'으로 부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볼 때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해양 세력과 연대 강화가 중국-러시아-북한 간 연대로 대표되는 사회주의 대륙 세력과 관계보다 중요하다는 전략적 가치 판단도 깔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지난 6월 국가안보실이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에서도 일본을 중국보다 앞세워 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