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대행·온라인 성묘…팬데믹 이후 자리 잡은 명절 신풍속도

강원서 벌초 대행 신청 지속 증가…온라인 성묘 이용객도 꾸준
편리함·사고 우려·전문성이 요인…"대행·디지털 문화 확산 전망"
"부모님 세대는 연로해지고, 자녀 세대는 잘 안 오려고 하고…. 이제는 벌초 대행 서비스받아야겠습니다.""코로나19 유행 때 온라인 성묘해보니 좋더라고요. 앞으로 계속 이용할 예정입니다."

매년 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집집이 벌초에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명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산림조합에 조상 묘의 벌초를 맡기는 '벌초 대행' 문의는 쏟아지고, 가족들은 모니터를 보며 고인을 추모하기 시작했다.강원 지역에서도 벌초 대행 등 문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산림중앙회 강원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벌초 대행 의뢰가 들어온 봉분은 5천562기다.

도내 벌초 대행 묘지 건수는 2019년 3천498건에서 2020년 4천377건, 2021년 5천261건, 2022년 5천576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시·군별로는 강릉, 횡성, 춘천, 평창 순으로 신청 건수가 많았는데, 4년 전과 비교해 올해 신청 건수가 2배 이상 늘었다.

벌초 대행 서비스가 증가한 데는 코로나19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이들이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당시 느낀 편리함 때문에 재이용이 느는 등 벌초 문화가 변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기에 농촌 인구 고령화, 예초기 사고, 뱀·벌 물림 등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벌초 대행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실제 소방 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벌 쏘임 사고는 1천994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523건(26%)이 추석 전 30일 동안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등 관련 사고도 적잖이 발생해왔다.

을지대학교 이정선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21일 "벌초를 위해 묘가 있는 먼 외곽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 교통 체증, 안전사고 등 불편함을 감수해 오다가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에 친척들이 모이기 어려워지자 벌초를 맡기는 경향이 커졌다"며 "정부의 독려 등으로 강제적으로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던 이들이 경험을 쌓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벌초, 묘지 조경, 잔디 보수 등 노하우가 있는 산림조합에서 묘지를 관리하는 게 개인이 하는 것보다 더 전문적일 수 있다는 인식도 이용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벌초 대행뿐만 아니라 비대면 방식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성묘하는 '온라인 성묘'도 이제는 익숙한 명절 풍경이 됐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추모 서비스'는 명절마다 20만명 내외의 이용객들이 몰린다.

온라인 추모 서비스 이용자는 2020년 추석 23만552명, 2021년 설 24만8천732명·추석 30만770명, 2022년 설 28만5천445명·추석 21만8천249명, 올해 설 19만51명으로 집계됐다.

성묘객들은 온라인 추모관에서 추모 글과 사진, 음성, 영상을 올릴 수 있고 차례상을 차리고 헌화·분향하거나 지방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추석에는 3D 전통식 모형의 온라인 추모관을 추가 개발해 입체적인 공간에서 성묘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선했다.

온라인 추모관에서는 가족, 친지, 지인 등을 초대해 함께 차례를 지내며 대화도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묘뿐만 아니라 자연장, 화장 등 장사시설에서의 관리 대행, 디지털 추모 서비스 등이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며 "꼭 명절이 아니더라도 고인의 생일, 어버이날 등 기념일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객들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한국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새로운 디지털 추모 서비스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등 장사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며 "진흥원에서도 2028년까지 디지털 추모 서비스 플랫폼을 고도화해서 개발시키는 계획을 정부 정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