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우주시대, 경남이 연다

경상남도는 도청 정문에 우주발사체 ‘누리호’ 모형을 설치해 우주항공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경상남도 제공
경상남도가 한국판 나사(NASA)인 우주항공청 설립을 계기로 ‘우주항공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 정책·연구개발·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설립 후 대한민국 우주산업을 육성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경상남도와 우주항공청 대상지인 사천시는 청사 후보지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우주항공청 개청에 발맞춰 ‘우주항공도시 기반’도 조성한다. 또 ‘우주산업 클러스터’ 등 우주항공청 설립이 관련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7개 신규사업에 총 643억원을 투자하는 등 우주항공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우주항공청 연내 설치, 경남도민 열망 분출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우주항공청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재개되면서 우주항공청 연내 사천 개청을 열망하는 경남도민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대교공원에는 경남도민 5000여 명이 모여 “우주항공청을 정쟁과 타협의 대상으로 삼지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지역 산업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 38개 단체·협회 등이 연대해 발족한 ‘우주항공청 설치 범도민추진위원회’가 우주항공청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범도민 궐기대회를 연 것이다. 궐기대회가 열린 삼천포대교공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22년 3월3일 ‘우주항공청 사천 설치’를 약속했던 장소다.궐기대회 참석자들은 “누리호와 다누리호의 성공으로 전 국민이 우주강국에 대한 염원과 지원을 보내고 있는 지금이 우주항공산업의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을 설치해야 할 적기이며, 장소는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최대의 집적지인 경남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국가 우주경제 비전 실현을 위해 대한민국 우주산업 중심은 경남이 돼야 하고,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며 “더이상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를 미루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요, 대한민국 우주경제 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 설립 최적지, 왜 경남인가

경남항공국가산단에 들어설 우주환경시험시설 조감도. 경상남도 제공
경남은 국내 우주분야 생산액의 43%, 항공분야 생산액의 70%를 차지한다. 체계종합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다수의 항공우주 전문기업이 입지해 있다. 또 60%가 훌쩍 넘는 관련 기업과 종사자가 밀집해 있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최대의 집적지이자 중심지이다.단적인 예로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 시 참여한 주요기업 중 경남 업체는 총 11곳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을 비롯해 두원중공업, 한국화이바, 에스엔케이항공, 이엔이, 카프마이크로, GVE엔지니어링, 삼양화학공업, 제넥 등 여러 지역업체가 참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한국형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누리호 제작 주관 및 참여기업 총괄관리를 맡았다. KAI는 누리호 3호의 단조립과 전기체 총조립을 수행했고, 1단 추진체 탱크를 제작했다. 누리호 4개 엔진의 일체화 작업인 클러스터링 조립도 맡았다.

사천에 있는 두원중공업과 에스엔케이항공은 탱크·동체 분야 개발·제작을 수행했고, 밀양 복합소재기업인 한국화이바는 탄소 복합소재를 이용해 누리호 동체 제작에 참여했다. 창원에 있는 이엔이는 추진체제 안에 들어가는 극저온 센서를 제작했다.우주분야 뿐만 아니라 항공분야에서도 경남지역 기업은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KAI는 지난 5월 말레이시아에서 FA-50 1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총 9억2000만달러 규모며, 한화로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말레이시아는 2차로 18대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2차 사업까지 성사되면 KAI가 전세계에 수출한 KT-1, T-50계열 항공기는 총 240여대로 늘어난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박차

앞으로 경상남도는 국내 우주산업 분야에서 핵심 거점으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주산업 클러스터(위성 특화지구) 조성’과 새로운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미래항공교통(AAM)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경남이 우주산업 클러스터 위성 특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전남의 발사체, 대전의 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와 함께 국내 우주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으로, 도는 이에 따라 2024년부터 경남항공국가산단에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인프라를 구축한다.

이와 함께 경상남도는 우주항공산업의 새로운 전략 수립을 위해 7개 신규사업에 총 64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올해 미래항공교통(AAM) 종합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경남형 미래항공기체(AAV) 시제기 개발 및 실증 기반구축’, ‘경남형 미래항공교통(AAM) 항로 발굴 실증사업’, 부산·전남과 공동으로 ‘무인이동체 활용 남해안권 통합 모니터링 실증기반구축’, ‘미래항공기체(AAV) 실증센터’ 등 미래항공산업 생태계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