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단 하루도 같이 안 살았다…'계곡 살인 사건' 전말

이은해 무기징역, 조현수는 징역 30년 확정
法,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 대부분 유죄 판단
사진=뉴스1
내연남과 함께 배우자를 물에 빠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계곡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는 21일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의 상고심을 열고 이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도 징역 30년이 확정됐다.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2011~2012년 한 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피해자와 알게 돼 교제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피해자로부터 계좌 송금 또는 현금 교부 등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는 한편 피해자 몰래 주점 또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다른 남성들과 동거하거나 교제했다.

그러다가 이씨는 2017년 3월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피해자의 부친으로부터 신혼집 마련 등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 돈을 기존 대출금을 갚는 데 대부분 썼고, 혼인 신고 이후로도 피해자가 사망하기까지 동거한 사실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2019년 1월부터 조씨와 교제하는 등 피해자와는 형식적인 혼인관계만 유지했다.

피고인들은 2019년 6월 경기 가평 용소계곡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4m 높이의 바위에서 수심 3m의 물속에 뛰어들도록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조씨는 먼저 바위에서 뛰어내린 뒤 튜브를 착용한 채 물속에 머무르며 피해자가 뛰어들면 안전하게 구해줄 것처럼 행세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물속으로 뛰어내린 후엔 구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앞서 피고인들은 2019년 2월에도 강원 양양에 있는 펜션에서 복어 독을 넣고 끓인 매운탕을 피해자에게 먹였으나 음식에 함유된 독이 치사량에 미치지 못해 살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같은 해 5월에도 경기 용인의 한 낚시터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물에 빠뜨렸으나, 수상한 정황을 눈치챈 일행 중 한 사람에게 발각돼 미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피해자와 혼인 신고 후 약 5개월 후인 2017년 8월 A씨를 피보험자로, 수익자를 자신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4건 체결했다. 피해자가 55세 이전에 사망하는 경우 이씨는 총 8억원의 생명보험금을 받게 되는 조건이었다. 이씨는 보험계약이 여섯 차례 실효될 정도로 월 보험료 지급을 연체하면서도 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보험료를 대납하도록 해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활시키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씨는 A씨 사망 이후 보험사로부터 생명보험금 8억원을 취득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1심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조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피고 모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도 명령했다.원심 재판부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구조를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구조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가 있었다"며 "그로 인한 구성요건실현이 작위에 의한 구성요건실현과 상응하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피고인들의 부작위는 살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위에 의한 살인'은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신체에 위협을 가할 만한 이씨의 요구에까지 순응해 이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정도로 심리적 지배 및 통제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다이빙을 할 만한 상황을 조성하고 피해자의 다이빙을 유도한 행위가 피해자를 바위 위에서 밀거나 사실상 강제로 물속으로 떨어뜨리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만한 적극적 작위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원심 재판부는 복어 독 살인미수, 낚시터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