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수액 단식'은 단식일까…전문가 소견은 [이슈+]

이재명, 18일 병원 후송 후 '수액 단식' 4일 차
의료계 종사자들 "사실상 단식 중단" 입 모아
다만 수액 종류에 따라 적정성 달라질 수 있어
21일 오전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단식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단식 22일 차'를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31일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며 단식을 시작했다. 국회 본청 앞에 야외 농성장을 차리고 '12시간 출퇴근'을 하며 시작한 단식은 국회 본청 당 대표실 '실내 단식'을 거쳐 '병상 단식'으로 이어졌다.

단식 19일 차인 지난 18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뒤에는 나흘째 '수액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는 이 같은 이 대표의 '수액 단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종기 국민의힘 경기 수원시정 당협위원장은 이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병상을 찾은 것을 언급하며 "(이 대표는) 수액을 잘 맞아서 박광온 의원님보다 오히려 영양 상태가 더 좋으실 것"이라며 "자꾸 단식을 중단하라고 하시는데, 단식하지 않기 때문에 중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의 '수액 단식'을 바라보는 의료계 종사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의료계 전문가들은 병상에서 수액을 맞으며 이어가는 단식은 "사실상 단식을 중단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수액의 종류에 따라 단식의 적정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생리식염수로 된 수액만 맞으면 단식을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포도당이 들어있다면 단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포도당 수액에도 포도당은 적게 함유돼 있다"며 "밥 다섯 숟가락 정도의 양이라 몸에 큰 영향은 없고, 소량의 영양분을 보충하는 정도다.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또 "포도당 수액만 맞으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아무래도 포도당 이외에도 단백질과 지방, 여러 가지 무기질 등이 골고루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면 말 그대로 몸에 '구멍'이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간혹 사람들이 단식하며 효소 제품을 먹는다고 하는데, 그 효소 역시 당분이 많기 때문에 이 역시 단식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물하고 소금만을 섭취하는 것이 단식"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영양사도 "공복을 유지하는 것은 인슐린 분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인데, 포도당 수액은 말 그대로 당이 혈관으로 직접 흡수되는 것"이라며 "인슐린이 더 잘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음식물이 외부에서 들어와 소화 및 흡수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혈관으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살이 찌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단식하다) 포도당 수액을 맞는 단계라면 컨디션이 안 좋다는 것이니, 지금은 (컨디션) 회복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라고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단식 치료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녹색병원에 입원한 뒤 건강 상태가 약간이나마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색병원의 임상혁 원장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는 수액 치료만 받고 있다면서 "병원에 오셔서 안정을 취하고 그러시면서 좋아지시고 저희가 열심히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 측은 이 대표의 구체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선 개인 정보여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녹색병원은 야권 인사들이 대거 발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야권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초대 병원장을 지낸 양길승 원진 재단 이사장은 참여연대 출범 당시 시민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발전위원회에는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대표인 송경용 성공회 신부,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등이 공동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광우병 시위 등 각종 집회를 주도해 온 진보연대 박석운 상임공동대표는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슬기/김세린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