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회'를 떠올리며…부채를 무시한 스타트업의 최후 [긱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과 부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함께하는 것이 어쩔 수 없다면, 현명한 관리가 우선일 것입니다. 부채와의 '전쟁'에서 실패한다면 자칫 모든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조형래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가 스타트업이 부채를 관리할 때 따져야 하는 주 요소를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소개합니다. 모든 업체가 쿠팡의 방식처럼 부채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9월, 수산물 당일 배송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오늘회나 ‘정육각’ 같은 물류 비즈니스 모델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필자는 충격을 받았다.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로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던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중단된 이유는 매출액 감소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자금난, 그것도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한 해 1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이 발생하는 회사에서 협력업체 구매 대금 미지급과 같은 이슈가 발생한 것이었다.

스타트업, 유동부채 상환 능력 '최우선'

사업모델 자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니 추가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실수 만회를 기대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오늘식탁은 채무 불이행으로 채권자의 신뢰를, 권고사직으로 임직원의 신뢰를, 서비스 중단으로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지난 5월엔 회계법인으로부터 완전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더 이상 정상적인 기업으로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최근 공시된 오늘식탁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21년 말을 기준으로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과 20억원의 자본잠식을 기록했다. 만기가 도래한 유동부채를 상환하고 나면 가용 현금이 5억원도 남지 않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대규모 투자유치나 영업손익 개선을 위한 재무 구조조정 없이 기존의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해나간다면 수개월 내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적절한 부채 사용은 레버리지 효과를 발생시켜 사업을 단기간에 성장시키면서 자기자본이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레버리지, 계획된 적자 전략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투자자, 채권자와 같은 이해관계자가 회사의 장기적 비전을 함께하고 유동부채 상환에 문제가 없을 만큼 운용자금이 충분해야 한다.

안 보이는 '부채성 항목'까지 챙겨라

그렇다면 스타트업 CFO는 어떻게 하면 경영에 ‘필요악’인 부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부채비율’이 회사가 목표하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적정 부채비율은 산업·업종별 투자 구조, 회사가 선택한 사업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회사가 부담할 수 있는 부채 총량과 회사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을 레버리지 수준에 대한 기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라면 향후 발생할 영업손익의 규모와 시기, 투자유치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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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이 높아질수록 재무구조가 타인자본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원금과 이자 회수가 주요 관심사인 타인자본 특성상 스타트업의 ‘J-Curve’를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 높은 부채비율이 방치되면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채무 상환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서 재무구조 붕괴를 가속화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항상 회사에서 설정한 기준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해외시장 진출이나 증시 상장(IPO), M&A를 준비 중인 스타트업의 CFO라면 재무제표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부채성 항목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 적용하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부채로 분류하지 않는 항목들(상환전환우선주, 매출채권 할인, 운용리스 등)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하에서는 부채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기 항목들이 현재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재무제표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향후 회계기준이 K-IFRS로 전환될 것을 감안하여 재무비율 분석에 관련 효과를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급증한 부채비율로 인해 정책 자금, 정부지원사업 신청이나 공공기관 입찰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재무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부채비율까지 높은 회사에 추가적인 자금을 대여할 금융기관은 없다. 때문에 스타트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영업손실이 누적되어 자본이 잠식되어가고 있다는 것과, 이에 따른 추가적인 자본 투자 유치가 절실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작정 '쿠팡' 따라하단 구조조정 行

과거 외형 확대, 투자 유치, 시장 선점, 흑자 전환으로 이어지던 생존 구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투자 혹한기인 지금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외형 확대에 치중하다 추가적인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은 구조조정이나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하여 매 분기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쿠팡의 ‘계획된 적자’ 모델을 따라 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하지만 쿠팡이 지난 10년간 시장 선점을 위해 조 단위 영업손실을 내면서도 지속적인 투자유치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200% 미만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는 스타트업 CFO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늘회의 경우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차입금 만기 연장, 추가적인 투자유치를 위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만기 연장 협상이 가능한 은행권 차입금과 달리 협력업체 구매 대금은 한두 차례 회수 기일 연장 외 만기 연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임직원, 소비자, 투자자는 구매 대금이 연체되었던 구매처, 전 직원 권고사직이 통보되었던 회사, 수차례 서비스를 중단하였던 플랫폼, 공인회계사가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표명한 회사에 결코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않는다. CEO가 J-Curve의 꿈을 그리고 있을 때 CFO는 재무 현황, 자금 소요 계획, 생존기간을 분석하여 흔히 ‘데스 밸리’라고 불리는 자금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회사 내부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재무 위기를 냉철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면 외부 기관을 활용하여 회사의 재무 현황과 개선점을 객관적으로 진단받을 필요도 있다.
조형래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
△ 서강대 경영학과 학사
△ 삼정 KPMG
△ 안진회계법인
△ 재무감사·세무·CFO 자문
△ 브릿지코드 파트너 C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