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에 쓰인 이순신의 꿈, 판소리와 무용으로 빚다 <창작가무극 순신>

서울예술단 제공
인간 이순신이 독특한 형식의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와 무용, 신체극 등이 결합한 창작가무극이다. 소리꾼 이자람과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공연계 각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전문가들이 '드림팀'을 꾸려 마련했다.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순신' 기자간담회에서 "창작가무극은 쉽게 말해 '한국식 창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며 "뮤지컬 무용 사물 타악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는 서울예술단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 써내려간 '난중일기'에 나온 꿈 40여개를 엮어 만들었다. 이순신이 꾼 꿈과 역사적 사건을 교차 편집해 용맹한 장수이자 효심 깊은 아들, 가슴 아픈 아버지 등으로 고뇌하는 한 인간의 서사를 그린다. 이지나 연출은 "인간으로서 이순신이 겪은 고통과 고뇌를 판소리가 가진 애절함과 신체적인 무용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라며 "이순신이라는 존재가 대중에게 좀더 젊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순신 역할은 무용수 출신의 배우 형남희가 맡아 고통과 고뇌를 신체 동작으로 표현한다. 소리꾼이자 서술자로서 전반적인 극의 흐름을 이끌고 이순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무인 역은 국내 대표 소리꾼 이자람 등이 연기한다. 그밖에 고대 희랍 비극 형식을 참고한 코러스, 뮤지컬적인 대사와 넘버 등도 더해진다.

한산대첩, 명량대첩, 노량대첩 등 주요 전투 장면을 표현하는 판소리는 이자람이 작창을 맡았다. 이자람은 "대본을 보고 정통 판소리 어법에 맞게 작창한 다음, 다시 현대적인 소리로 구성을 짜는 과정을 반복해 노래를 만들었다"며 "공을 많이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판소리와 잘 어우러지는 배경 음악을 만드는 데 신경쓰고 있다"며 "피아노와 사물이 같이 연주하는 등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 디자인은 뮤지컬 '웃는 남자', '데스노트' 등 무대를 디자인한 오필영 디자이너가 맡았다. 극장 도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디지털화해 조명, 영상, 무대디자인, 동성 등을 시뮬레이션 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했다. 오필영은 "기존에 다른 연극이나 무용극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독창적인 방식의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는 11월 7~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