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은 왜 '日 디플레 탈출 선언' 주시하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수정
일본, 만성 디플레 탈출했나③·끝
日정부·일본은행 고위관계자 잇딴 '출구전략' 언급
'디플레 탈출' 선언은 日 출구전략 통과의례
전세계 금융시장 '머니무브' 시작..한국도 여파

최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디플레이션 탈출과 출구전략의 시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때마다 일본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포문을 연 것은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이다. 심의위원은 일본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책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 중 1명이다. 다무라 위원은 지난 8월30일 강연에서 "일본은행의 목표인 임금인상을 동반한 지속적인 물가상승률 2%의 실현이 확실히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물가 목표의 실현 시기에 대한 언급을 주목하는건 디플레 탈출과 출구전략으로 이어지는 수순의 첫단계여서다. 메가뱅크 출신인 다무라 위원은 정책위원회 멤버 가운데 가장 출구전략에 적극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금융시장에서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본의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도 지난 10년간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시간 벌기'로 평가하며 출구전략의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니시무라 장관은 9월19일 기자회견에서 "통화 완화는 일본이 성장 전략과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성장 기로로 돌아갈 시간을 벌기 위한 정책"이라며 "인플레 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완화 정책은) 결국 끝나고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7월말 장기금리를 사실상 1%까지 인상했다. 출구전략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면서도 대규모 금융정책을 유지하는 모순적인 정책이었다. 물가와 엔저(低)를 잡으면서 경기도 부양해야 하는 일본은행의 고육책으로 분석된다.디플레 탈출을 선언하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디플레를 벗어나고 있지만 디플레를 탈출한 것은 아니다'라는 식의 모순적인 재정·통화정책을 계속하기 어려워 진다. 세계 유일의 마이너스 금리 국가 일본이 정상 국가로 전환한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발표한 국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조정하면 호주와 유럽연합(EU),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자금유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