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출퇴근길 '노숙집회' 法으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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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 관계장관회의에 보고경찰이 새벽 시간과 출퇴근길에 열리는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서울 도심과 국회 등에서 수시로 열리는 무분별한 1박2일 ‘노숙 집회’를 법으로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장기간 걸려 있는 현수막 역시 집회·시위가 열리는 시간대에만 허용할 방침이다.
집회시간 0시~오전 6시엔 제한
소음기준 위반 단속·처벌 강화
현수막만 내건 '유령집회'도 금지
심야집회 금지는 위헌 논란 여지
야당도 반대…法개정 난항 예상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의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21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 보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불법 집회와 시위는 많은 경찰력을 소모해 치안 역량까지 약화할 수 있다”며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와 함께 공공의 안녕과 질서가 조화롭게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개선안에 따르면 집회·시위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6시간 동안 금지된다. 현재 집회·시위는 경찰에 신고한 후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24시간 내내 시간제한 없이 열 수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해당 내용이 담겨 있어 이를 정부안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길거리에 현수막 난립을 막기 위해 집회·시위가 열리는 시점에만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법’ 개정도 추진한다. 집회·시위를 하지 않고 현수막만 걸어두는 ‘유령 집회’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집회·시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기준도 강화한다. 경찰이 단속하는 집회 소음에는 ‘등가소음’(10분간 평균소음)과 ‘최고소음’이 있다. 등가소음은 한 번, 최고소음은 1시간에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하면 소음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경찰은 등가소음 기준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인다. 10분간 평균소음을 측정한다는 점을 노려 10분 중 5분은 큰 소리를 내고 나머지 5분은 음량을 낮추는 식으로 경찰 단속을 피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 주간 주거지역 등가소음은 65dB(데시벨) 이하, 최고소음은 85dB 이하여야 한다. 최고소음 기준 역시 1시간 내 3회 이상 기준 초과를 2회로 낮춘다. 소음 기준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경찰은 올 4분기 이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1인 시위 소음 기준치도 장소·시간대에 따라 5∼10dB 낮춘다.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침범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인다. 현재는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이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 집회가 교통 불편으로 이어지면 현장에서 집회를 막는 방안도 검토한다. 증거 수집을 위해 집회 현장에 드론도 띄울 예정이다.
다만 심야 집회 금지 등은 집시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심야 집회 금지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두 차례 판결한 바 있어 위헌 논란 여지도 남아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해당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행안위는 민주당과 진보 성향 의원이 13명이다. 국민의힘 의원은 9명이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표현·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적인 자유권”이라며 “특히 위헌 판결이 난 사안을 법으로 되살리는 건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규정상 심야 집회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어서 법원이 노숙 집회를 허용해주고 있다”며 “밤샘 집회는 소음 등 국민 민원이 많아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오/한재영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