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통째로 빌려 밤새워 마셨는데…" 위니아전자의 몰락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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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전자 후신 위니아전자 '법정관리'"2019년 연간으로 처음 순이익 기준 흑자를 냈어요. 실적 집계가 끝난 날 본사 옆 치킨집을 통째로 빌려서 밤새워 마셨습니다."
"2019년 첫 흑자 내며 기뻐했는데…"
이듬해 코로나19에 적자전환
30년 가까이 적자와 매각 거듭
위니아전자 직원들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회사는 그 유명한 대우전자의 후신이다. 치킨집에 모였던 임직원들은 2020년 흑자폭을 더 키우자면서 얼싸안고 기뻐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이들의 다짐은 물거품이 됐다.위니아전자는 20일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갈수록 적자가 쌓이고 재무구조도 나빠진 결과다. 모회사인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전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회생절차를 밟았다. 자회사인 위니아전자의 부실이 그룹을 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1974년 출범한 대우전자는 카오디오 수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전사업에 발을 디뎠다. 이 회사는 1983년 대한전선의 가전사업을 전격 인수하면서 당시 금성사(현 LG전자) 삼성전자와 함께 '가전업계 트로이카'로 발돋움했다.
1993년 대우전자는 뜬금없이 '탱크주의'라는 제목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당시 대우전자 가전제품은 금성사 삼성전자에 비해 제품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같은 편견을 지우기 위해 탱크처럼 단단한 제품으로 가전업계 '양강 구도'에 균열을 내겠단 선언을 한 것이다. 이 광고 효과 덕분인지 1990년대 중반 한 때 국내 가전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TV 냉장고 에어컨을 비롯한 제품군이 다양한 데다 대우 시절 닦아 놓은 판매망이 해외 구석구석 깔린 덕분에 연간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고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9년 대우전자는 다른 그룹 계열사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2013년 1월 동부그룹(현 DB그룹)에 매각 돼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동부그룹이 2015년 워크아웃 절차를 밟자 재차 동부대우전자는 매물로 등장했다.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이 동부그룹으로부터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했다. 이후 위니아전자로 이름을 바꾼다.
위니아전자는 코로나19 직후 재차 적자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중국 공장이 문을 닫은 데다 해외시장 판매량이 급속도로 줄어든 결과다. 이 회사는 2021년 순손실 758억원을 냈고, 부채비율은 1300%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50년 동안 고난을 겪었던 이 회사는 결국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앞으로 재매각이나 청산으로의 길에 들어설 전망이다. 한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했던 대우전자의 쓸쓸히 퇴장할 조짐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