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드디어 황선홍호로 필드 밟은 이강인…축구화 아닌 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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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이 목이 빠지게 기다린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드디어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21일 오후 중국 저장성의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이틀 전 한국이 쿠웨이트를 9-0으로 대파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그때 황선홍호 선수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자신들이 아는 가장 좋은 그림으로 대회 첫발을 떼겠다는 결의에 찼다.
첫 경기부터 기록적 대승을 거둬서인지, 앞서 쿠웨이트와 바레인이 비겨 조 1위 가능성이 커져서인지 이날은 웃음기가 보였다.텅 빈 경기장을 메워 숨을 텁텁하게 만든 무더운 공기도 없었다.
오후 8시가 넘어도 30℃를 웃돌던 기온은 이틀 만에 24℃까지 떨어져 드디어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훑는 게 느껴졌다.
쿠웨이트전에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우리나라 팬들도 무리를 이룬 채 태국 팬들과 응원전을 준비했다.붉은악마 머리띠를 쓰고 뺨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인 일부 팬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합친 것보다 황선홍호에 반가운 변화는 이강인의 등장이었다.
황 감독과 선수들은 팀의 에이스 역할 이강인을 오매불망 기다려왔다.이강인이 마지막으로 황선홍호의 일원으로 실전을 소화한 건 지난해 6월 1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일본과 경기였다.
그때 0-3으로 완패하며 아쉬움만 한가득 안고 짐을 싼 황선홍호와 이강인은 이후에는 좀처럼 재회하지 못했다.
이강인의 기량이 급성장해 연령별 대표팀이 아니라 A대표팀 자원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전 A대표팀 감독과 함께 지난해 겨울 카타르 월드컵을 치른 이후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공격의 양축으로 성장하면서 황 감독이 이강인을 차출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의 허락 아래 마음 놓고 황선홍호에 합류한 이강인은 이날 그라운드에 나타나서는 줄곧 벤치에서 황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이강인이 신은 건 축구화가 아니라 흰색 운동화였다.
20분가량 대화에 집중하던 이강인은 동료들이 워밍업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복귀하자 일어서서 반겼다.
송민규(전북)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 앞에서 주섬주섬 움직이는 이강인을 와락 부둥켜안고 반가움을 전했다.
이강인이 항저우 일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경기가 열리는 촉박한 일정 탓에 황 감독은 이강인을 아예 출전 명단에서 뺐다.그라운드를 떠난 이강인은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쿠웨이트전 직후 공격수 조영욱(김천)이 '천천히 가도 되냐'고 연락한 이강인에게 "턱도 없는 소리"라고 딱 잘라 말하는 등 황 감독과 선수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 순간이 찾아오길 고대했을 터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축구 팬 중에는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결혼을 앞둔 이주윤(31) 씨와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을 찾은 박현우(33) 씨는 이강인의 합류가 시기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쿠웨이트전에서 다른 선수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면서 이번 대회 초반부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이강인에게만 쏠리는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중국 비자를 알아보고, 아껴둔 연차를 몰아서 낼 정도로 '축구광'이라는 그는 "이강인 선수 말고도 이 팀에는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이강인 선수가 컨디션을 잘 관리해서 팀이 필요할 때 '한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1일 오후 중국 저장성의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이틀 전 한국이 쿠웨이트를 9-0으로 대파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그때 황선홍호 선수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자신들이 아는 가장 좋은 그림으로 대회 첫발을 떼겠다는 결의에 찼다.
첫 경기부터 기록적 대승을 거둬서인지, 앞서 쿠웨이트와 바레인이 비겨 조 1위 가능성이 커져서인지 이날은 웃음기가 보였다.텅 빈 경기장을 메워 숨을 텁텁하게 만든 무더운 공기도 없었다.
오후 8시가 넘어도 30℃를 웃돌던 기온은 이틀 만에 24℃까지 떨어져 드디어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훑는 게 느껴졌다.
쿠웨이트전에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우리나라 팬들도 무리를 이룬 채 태국 팬들과 응원전을 준비했다.붉은악마 머리띠를 쓰고 뺨에 태극기 스티커를 붙인 일부 팬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합친 것보다 황선홍호에 반가운 변화는 이강인의 등장이었다.
황 감독과 선수들은 팀의 에이스 역할 이강인을 오매불망 기다려왔다.이강인이 마지막으로 황선홍호의 일원으로 실전을 소화한 건 지난해 6월 1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일본과 경기였다.
그때 0-3으로 완패하며 아쉬움만 한가득 안고 짐을 싼 황선홍호와 이강인은 이후에는 좀처럼 재회하지 못했다.
이강인의 기량이 급성장해 연령별 대표팀이 아니라 A대표팀 자원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전 A대표팀 감독과 함께 지난해 겨울 카타르 월드컵을 치른 이후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공격의 양축으로 성장하면서 황 감독이 이강인을 차출하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의 허락 아래 마음 놓고 황선홍호에 합류한 이강인은 이날 그라운드에 나타나서는 줄곧 벤치에서 황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이강인이 신은 건 축구화가 아니라 흰색 운동화였다.
20분가량 대화에 집중하던 이강인은 동료들이 워밍업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복귀하자 일어서서 반겼다.
송민규(전북)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 앞에서 주섬주섬 움직이는 이강인을 와락 부둥켜안고 반가움을 전했다.
이강인이 항저우 일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경기가 열리는 촉박한 일정 탓에 황 감독은 이강인을 아예 출전 명단에서 뺐다.그라운드를 떠난 이강인은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쿠웨이트전 직후 공격수 조영욱(김천)이 '천천히 가도 되냐'고 연락한 이강인에게 "턱도 없는 소리"라고 딱 잘라 말하는 등 황 감독과 선수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 순간이 찾아오길 고대했을 터다.
하지만 현장을 찾은 축구 팬 중에는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결혼을 앞둔 이주윤(31) 씨와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을 찾은 박현우(33) 씨는 이강인의 합류가 시기적절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쿠웨이트전에서 다른 선수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면서 이번 대회 초반부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이강인에게만 쏠리는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중국 비자를 알아보고, 아껴둔 연차를 몰아서 낼 정도로 '축구광'이라는 그는 "이강인 선수 말고도 이 팀에는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이강인 선수가 컨디션을 잘 관리해서 팀이 필요할 때 '한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