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부터 기다렸어요"…中 '아이폰 금지령' 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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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아이폰15 판매 첫날 인산인해“우, 쓰, 싼, 얼, 이(5, 4, 3, 2, 1)”
22일 오전 8시. 중국 베이징 최대 번화기인 싼리툰 애플 스토어 매장 앞에 운집한 500여명의 인파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요란한 카운트다운과 함께 애플 매장으로 줄지어 입장한 이들은 곧바로 제품 픽업존으로 가서 이날 중국서 발매된 아이폰15 시리즈 신제품을 수령했다. 중국내 ‘애국소비’ 열풍과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이 중국인들의 아이폰 사랑에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은 기우에 불과했다. 싼리툰 애플 매장 직원은 “애플 신제품 사전 예약에 성공한 이들에겐 오늘은 축제”라면서 “예약자 별로 수령 시간을 다르게 배정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놀랐다”고 말했다.
◆“새벽 1시부터 기다렸다”
이날 싼리툰·왕푸징 등 베이징 주요 애플 스토어 매장은 아이폰을 조금이라도 빨리 수령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싼리툰 매장의 가장 앞자리는 이날 새벽 1시부터 자리를 지킨 고등학생 저우모씨의 차지였다. 학교 수업을 건너 뛰고 애플 매장 앞을 지키고 있던 그는 “누구보다 빨리 아이폰 신제품을 손에 쥐고 싶었다”며 “수업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휴대용 동영상 촬영장비를 목에 건 그는 “더우인(틱톡)에 아이폰 수령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애플 매장을 찾은 대다수 중국인들은 ‘아이폰 애찬론’을 펼쳤다. 애플워치9 신제품을 둘러보던 직장인 이모씨는 “출근 전에 아이폰15를 받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며 “직장과 집에서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 등이 모두 애플 제품이어서 아이폰 외에 다른 휴대폰 구매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왕모씨도 “다른 좋은 휴대폰이 나오더라도 애플 운영체제에 익숙해져 있어서 앞으로도 아이폰을 계속 쓸 것 같다”고 말했다.◆오히려 사전 주문량 늘었다
일각에선 극한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을 감안할 때 미국산 제품의 상징인 아이폰 소비가 한풀 꺽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린 점도 아이폰 판매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7나노(nm·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국산품을 쓰자”는 애국소비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아이폰 약세가 점쳐진 이유다.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예상을 빗나갔다. 아이폰 사전예약이 시작됐던 지난 16일 오후 8시 각종 판매 플랫폼에서 아이폰 완판행진이 이어졌고, 이날 첫 판매가 시작된 오프라인 매장은 뜨거운 아이폰 구매열기로 중국인들의 애플 사랑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은 “아이폰15 사전 주문량이 전작인 아이폰14보다 10~12% 더 많다”고 밝혔다.‘재판매(리셀)’ 재테크가 가능한 점도 첫날 아이폰 판매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날 싼리툰 애플 매장 주변에는 여러개의 아이폰 신제품을 동시에 구매한 구매자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또 현장에서 웃돈을 주고 아이폰15를 곧바로 되파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이폰 신제품 4개를 구매한 한 중국인은 “더우(리셀 플랫폼)에 상품을 올리면 사전 예약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되팔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국소비에 기대거는 화웨이
애플은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 부진 우려가 한풀 꺽이면서 큰 시름을 덜었다는 평가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19%를 책임지는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9%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아이폰은 중국서 총 5432만대가 팔렸고, 매출은 4000억위안에 달했다.다만 애국소비 열풍을 등에 업은 화웨이의 부상은 장기적으로 중국내 아이폰의 시장 장악력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달 7나노 공정이 적용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 플러스’와 ‘메이트 X5’ 출시해 애플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3800만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6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 관계자는 “메이트 60 프로의 수요가 예상보다 많아 올해 하반기 출하량을 당초 계획보다 20% 늘린 600만대로 상향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