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넥타이 한 文…리설주 만났을 때 옷 입은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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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서울 첫 등장한 文 부부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때 그는 재임 시절 즐겨 매던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했다. 연설 내용만큼이나 패션으로도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정부 패션 그대로 하고 나와
尹 정부 경제안보 20분간 직격
"건재함·영향력 보여주기 위함"
李 체포안 후 野 내 영향↑ 전망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민주당 내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청와대 그때 그 패션 그대로
…"건재함 보여주기 위해"
지난 19일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녹색병원에 방문한 데 이어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20여분간 연설했다.그는 "'안보는 보수 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며 "거의 모든 경제 지표가 지금보다 문재인 정부 때가 좋았다"고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의 경제·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그가 이러한 발언을 할 때 박수갈채가 나오기도 했다.김정숙 여사는 2018년 9월 18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만났을 당시 입었던 하얀색 정장 상의에 투피스 복장을 갖춰 입고 이날 행사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왼쪽 가슴에 다는 장식을 빼고 정장 벨트 가운데 위치한 쥬얼리가 다소 차이가 있을 뿐, 하얀색 정장 팔 좌우에 버튼이 5개인 점 등 같은 옷을 입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남북 평화를 취지로 한 행사에 맞게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를 상기시키기 위한 옷차림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경우 그가 과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맸던 줄무늬 타이나 국제 행사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로 멨던 하늘색 넥타이 대신, 짙은 남색 계통의 넥타이를 맨 점이 주목된다.
그간 퇴임 후 수염을 기른 모습을 보여주던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수염도 깎고, 푸른색 계열의 정장 상하의와 이 정장보다 밝은 계통 색상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푸른색 계열은 본래 청와대에서 많이 쓰여왔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로고에서 더 부각시키고 국제 행사에서 이 색상 넥타이를 매는 등 애용해왔던 색상이다. 2017년 대통령 취임했을 당시에는 물론이고 2021년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2022년 신년사와 두바이 엑스포 등에서 그는 푸른색 넥타이를 맨 적이 있다.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복장과 연설 내용이 결국 자신의 건재함을 강조하고 민주당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각에서는 친문재인(친문)계와 친이재명(친명)계의 통합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지만, 그보다는 자기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갔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가 있는 녹색병원을 찾은 것도, 연설에서 보여준 모습도 결국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尹 쏘아붙이고 李 체포안 가결 후엔 '침묵'
문 전 대통령의 이러한 출현과 언행은 현재 민주당 내 격화되는 내홍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비이재명계 상당수는 문재인계로 분류된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지난 20일 YTN라디오 정면승부에서 "총선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지금 논의되고 있지 않느냐"면서 문 전 대통령의 연설이 지지자 결집용일 가능성을 거론했다.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후에도 문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대표 체포안 가결에 대해선 침묵 중이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22일 제주대 초청특강에서 "많이 착잡하고 안타깝다"라고 말했을 뿐이다.신 교수는 "친문계와 친명계의 갈등은 이제 시작"이라면서 "이 대표의 구속 여부나 옥중 당무 여부 등 시나리오에 따라서 민주당 내부가 정리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