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라늄 가격, 원전 붐·우크라전 충격에 2011년 이후 최고

2020년 초보다 3배 이상 급등…"향후 수년간 공급자 우위 전망"
원자력발전소 핵연료의 원료인 우라늄의 가격이 세계적인 원전 건설·가동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 등으로 인해 약 12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0년 초까지 파운드당 20달러(약 2만7천원) 수준이었던 우라늄 현물 가격은 지난 18일 현재 65달러(약 8만7천원)를 나타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진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업계에서는 우라늄 가격이 앞으로 파운드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1·2위 우라늄 공급업체들의 공급 물량은 2027년까지 이미 품절 상태이며, 몇몇 원전은 2024년 핵연료 부족이 예상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세계 우라늄 시장은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과 독일 등 각국이 원전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공급 초과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후 조용한 상태를 유지해온 우라늄 시장을 최근 뒤흔든 양대 요인은 수요 급증과 공급 불안이다. 우선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이 급박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의 공급 감소·가격 급등이 빚어지면서 각국 정부가 원전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60여개 원자로가 새로 건설 중이며,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은 15%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보급될 경우 세계 우라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런 추세를 읽은 금융자본도 우라늄 시장에 가세, 투자수요를 키우고 있다.

우라늄에 투자하는 대형 상장 펀드 2곳이 지난 2년간 우라늄 2만2천t(톤)을 사들였는데, 이는 세계 연간 수요의 4분의 1 이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우라늄 주요 공급 국가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충격으로 우라늄 공급을 둘러싼 불안감이 증폭됐다.

자국 내 원전 15개 원자로의 우라늄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해온 우크라이나는 캐나다와 이례적 장기계약인 12년간 공급계약을 부랴부랴 맺었다.

또 러시아 업체들만 연료를 공급 가능한 러시아제 원전이 보급된 동유럽·핀란드 등 유럽 각국도 다른 우라늄 공급처를 찾느라 애썼다.

다른 우라늄 공급 차질 요인들도 줄을 이었다.

지난 7월 우라늄 채굴 국가인 니제르에서 일어난 군사쿠데타로 세계 우라늄 광산에서 나오는 공급량의 약 4%가 공급이 위태로워졌다.

또 프랑스 국영 기업인 오라노는 핵심 화학물질 부족 사태로 인해 우라늄 원광 가공 공정을 중단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최대 공급업체가 물류 문제로 인해 공급량을 당초 예상보다 줄였으며, 캐나다 최대 공급업체는 2개 광산에서 조업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생산량 전망치를 9% 낮췄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세계 우라늄 시장에서 2018년 이후 나타난 공급자 우위 상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다만 주요 원전들이 우라늄을 상당량 비축하고 있어 핵연료가 진짜 부족해지려면 앞으로 4년 이상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면적인 공급 부족 사태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원전에 투입된 연료봉은 앞으로 1∼3년은 더 쓸 수 있는 데다 1년 정도는 추가 연장 사용도 가능하다.

따라서 세계 우라늄 가격은 향후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0년대 중반에 다시 수요자 우위 상태로 바뀔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이 매체는 예상했다. 또한 핵연료 비용이 원전 가동비의 10% 수준에 그치는 데다 핵연료 단가에서 우라늄 등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우라늄 가격 강세가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직접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