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원조' 스웨덴, 속도조절 나섰다

세계 첫 탄소중립 법제화했지만
"2045년 달성 불가능"

막대한 비용·고물가에
친환경 예산 줄이고 유류세 감면
스웨덴 정부가 2045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스웨덴은 6년 전 세계 최초로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한 나라다. 영국을 비롯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섰던 국가들이 목표 달성에 수반되는 막대한 비용과 여론의 반대 등을 감안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웨덴 정부는 지난 20일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친환경 정책 관련 예산을 2억5900만스웨덴크로나(약 310억원) 삭감한다”고 밝혔다. 또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유류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예산안 초안에는 “올해 7월까지 지난 1년간 잇단 정책적 결정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이 최대 980만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여기에 이번 유류세 감면 조치가 더해지면 내연기관 자동차 교통량 증가 등으로 탄소배출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담겼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웨덴 정부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는 고사하고 2030년 중간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엘리사베트 스반테손 스웨덴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많은 국민이 (고물가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 대응이라는 장기 목표보다는 당장의 서민물가 안정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스웨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5% 오르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스웨덴뿐 아니라 영국도 이날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연장했다. FT는 “스웨덴, 영국 등 선진국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친환경 정책에서 속속 후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