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나라"…글로벌 투자은행들 '극찬'


"이 시장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이제 더 이상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인도법인 공동 책임자인 데바시시 푸로히트가 인도의 성장세에 대해 이 같이 표현했다. 프라모드 쿠마르 바클레이즈 인도법인 신임 대표도 "중국의 더뎌진 성장률을 감안할 때 인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며 "글로벌 은행들 대부분은 중국보다 인도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탄탄한 경제 성장세가 받쳐주고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점을 고려할 때 인도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시장 확장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는 동시에 이들의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먹거리가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특히 FT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투자은행인 제퍼리스가 인도를 공략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했다.

제퍼리스는 과거 인도 시장에 대해 리서치 노트만 발표했었다. 그러나 최근엔 인도 재벌 아다니 그룹의 거래를 자문하고, 경쟁사로부터 고위급 뱅커를 영입하는 등 투자은행으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3년새 인도에서 제퍼리스가 성사시킨 거래는 50건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 자료에 따르면 제퍼리스는 올해 현재 인도 주식 자본시장 순위에서 14%의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은행 IIFL과 JP모간이 그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투자은행들에 인도가 중국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거래 자문 수수료를 낮게 지불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다. 또한 인도 기업들의 사업 구조가 대부분 내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수출과 해외 상장, 해외 채권 발행 등 글로벌 거래를 공략하는 중국 기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BoA 아태 지역 책임자 피터 귄트하르트는 "인도에서의 수익 기반이 두 배 정도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향후 몇 년 동안 중국에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상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인도가 전통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마르 대표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에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해외 인수합병(M&A)이나 해외 상장 등 국제 거래를 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인도는 여전히 내수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사진=AFP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유럽, 호주 등 서방 글로벌 투자은행이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거둔 수익은 3억4200만달러였다. 중국 시장(6억8900만달러)의 절반 규모였고, 아태 지역 총 수익(57억달러)의 6%에 불과했다. 2021년엔 인도와 중국에서 각각 5억8000만달러, 22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낮은 자문 수수료, 인도 당국의 규제 프레임 등에 익숙한 인도의 로컬 투자은행들과의 경쟁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꼽는다. 로컬 은행들의 작년 수익은 2억6700만달러 가량으로 글로벌 은행들이 올린 수익에 비해 불과 22% 가량 적었다.

그러나 인도의 가파른 성장세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다고 FT는 전했다. BoA의 푸로히트는 "인도 경제의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에서 호재를 누리려면 낮은 자문 수수료는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에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인도에서의 거래를 늘리고 있는 추세는 투자은행들에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디터 투로스키 아태 지역 투자은행 부문 회장은 "중국 투자를 줄이려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인도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JP모간은 내년 6월부터 인도 국채를 'JP모간 신흥시장 국채 지수'에 편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벤치마크 지수에서 인도 국채 비중은 최대 10%에 달할 전망이다. JP모간은 "인도 정부가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시장 개혁을 단행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JP모간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벤치마크 지수 투자자의 4분의3이 인도의 지수 편입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