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에 월급 그대로 달라" 황당 요구…여론도 돌아섰다

반발 직면한 미국자동차노조 주4일제 요구
"게으른 노조, 너무 많이 요구" 여론 반응에
우선순위서 밀려…노조 위원장도 "힘들었다"
도입 시 수천명 추가 고용하고 2조원 들어
사진=AFP
미국자동차노조(UAW)가 파업 협상 조건 중 하나였던 '주 4일·32시간 근무'를 슬그머니 협상 테이블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노조가 비현실적인 주장을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히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UAW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주32시간 근무'는 협상 테이블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문제는 임금 인상·생활비 조정 등과 비교해 협상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주당 근무 시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8시간으로 제한하고, 주당 하루 개인 휴무일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휴무일에는 근무일과 같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과 같은 급여를 받고 주 4일제로 일하겠다는 요구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지난달 초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스트리밍에서 이 아이디어를 처음 공개했다. 한 시청자가 "적절한 임금을 받기 위해 주당 40시간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고 하자 페인 위원장은 "동의한다. 주 32시간 근무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주 32시간제 운영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페인 위원장은 지난달 WSJ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문제에 얽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이 더 짧은 근무로 더 나은 임금을 받고 원할 경우 초과근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초과 근무를 의무화하지 않는 게 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매주 유급 휴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동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수천 명 근로자를 더 고용해야 하고, 추가 비용이 연간 약 15억달러(약 2조원)까지 치솟는다고 한 자동차 제조업체는 추산했다.

노조 역시 주 32시간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한 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페인 위원장은 최근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텔레비전 토크쇼 진행자들이 이 문제를 갖고 갈등을 빚는 것을 보는 건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일부 노조원은 "노조는 게으르고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여론 반발에 부딪혀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노사는 임금 문제를 협상 핵심 쟁점으로 줄다리기하고 있다. 사 측은 4년 간 임금 20% 인상과 협상 타결 보너스 지급, 물가 상승률 보정 등을 제안했다. 노조는 초기 요구 사항인 임금 40% 인상에서 한 발 물러서 30% 중반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