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월 6.5만원 무제한 교통카드…서울시 '담대한 실험'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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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서울시가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월 6만5000원으로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공공 자전거 ‘따릉이’ 등을 무제한 탈 수 있는 교통카드입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5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7월 1일부터 전면 도입할 계획입니다.
서울시는 교통카드 이름을 ‘기후동행카드’라고 지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임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는 정책 취지를 표현한 것이죠. 서울 시내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에서 수송 분야가 약 17%를 차지합니다. 서울시가 승용차 이용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려는 이유입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하면 승용차 이용 대수가 1만3000대 줄고, 연간 3만2000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시민들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기후동행카드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서울시는 월 60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은 연 34만 원의 요금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서울시의 교통카드 실험이 성공하려면 인센티브 방식으로 충분한지, 추가로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알아봅시다. 이번 정책은 대중교통에서 시급한 현안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바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65세 이상) 조정 문제입니다. 무임승차로 서울 지하철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관련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개선 방법을 모색해봅시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성공하려면
정책에 인센티브와 이타심 반영해야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월 6만5000원을 내야 합니다. 서울시는 현재 매달 6만5000원 이상의 대중교통 요금을 내는 시민이 약 90만 명이라고 추산합니다. 이 가운데 50만 명가량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합니다.서울시의 예상만큼 혹은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물론 교통혼잡과 교통사고 같은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이 있지만,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를 이용하면 훨씬 편안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승용차 수요가 감소하지 않습니다.
인센티브 방식이 규제 방식보다 탁월그래서 자가용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 정책을 실행하는 방법으로는 규제 방식과 인센티브 방식이 있습니다.
규제 방식은 버스만 다닐 수 있는 차로를 따로 만드는 버스전용차로제와 자동차 번호 끝자리에 따라 출입 가능한 차량을 제한하는 차량 2부제(혹은 차량 5부제)가 대표적입니다. 혼잡통행료 징수, 주차 요금 인상 등 가격 규제도 규제 방식입니다. 규제 방식은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성격이 강해서 대중교통으로의 전환 효과에 한계가 있습니다.
인센티브 방식은 규제를 통해 억제하는 대신 유리한 혜택을 제공해 행동 변화를 유도합니다. 기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통근자들(직원들)에게 통근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대중교통 통근 비용 보조 정책이 이런 방식입니다. 미국 워싱턴주가 1993년 도입한 통근통행감축(CTR, Commute Trip Reduction) 프로그램이 유명합니다. 1993~2003년 CTR 프로그램에 참여한 워싱턴주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출퇴근을 위한 직원 차량 중 한 사람만 타고 다니는 ‘나홀로차량’이 7%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적으로 나홀로차량이 2%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성과였습니다. 워싱턴주 정부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성과가 가능했습니다.한국교통연구원은 2007년 1주일에 한 번 이상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783명을 대상으로 교통수요관리 정책의 대중교통 전환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대중교통 통근 비용 보조 정책이 주차 요금 인상 등에 비해 대중교통 전환 효과가 컸습니다. 인센티브 방식이 규제 방식보다 탁월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죠.
‘상호적 인간’의 특징도 중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도 인센티브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인센티브만으로 서울시의 교통카드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인센티브는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Homo economicus)’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인간들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자신의 합리적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합리적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합리적 이기심으로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간들의 결정을 좌우하는 요소로 이타심과 ‘상호적 인간(Homo reciprocan)’성을 강조합니다. 즉, 인간들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이익의 일부를 희생해서라도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타심’과 타인의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반에는 배반으로 대응하는 상호성에 크게 의존한다는 설명입니다.
최민식 이화여대 교수 등은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2021년 데이터를 활용해 친환경 행동(재활용 분리배출)을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합리적 이기심(인센티브)만 고려하면 친환경 행동의 가능성이 작아지지만, 이타심과 상호성 같은 상호적 인간의 특성을 함께 고려하면 친환경 행동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응하자고 주장합니다.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친환경 행동을 시민들에게 제안한 것이죠. 인센티브뿐 아니라 이타심과 상호성도 교통카드 정책에 함께 반영하면 정책의 성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교통수요관리 정책의 두 가지 방식을 설명해보자.2. 대중교통 통근 비용 보조 정책을 정리해보자.
3. 합리적 인간과 상호적 인간을 비교해보자.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높여야
막대한 적자 해결할 수 있어요
지하철(도시철도)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버스와 달리 무료로 탈 수 있어 조금 돌아가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는 1980년 5월 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당시엔 70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의 50%를 깎아주었습니다. 1982년 2월 65세 이상 노인으로 대상을 확대(할인율은 50%)했고, 1984년 6월 할인율을 100%로 늘렸습니다. 이 제도는 노인복지법(제26조 제1항)에 근거를 두고 있고, 노인복지법 시행령은 할인율을 100%로 규정하고 있습니다.경로무임승차제도 비용보다 편익이 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젊은 시절에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성장하는 데 기여하셨으니 사회가 그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로 지하철 무료 탑승 혜택을 드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를 노인을 공경한다는 의미를 강조해 ‘경로(敬老)무임승차제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좀 더 논리적인 설명도 있습니다. 어떤 사안(혹은 제도)의 경제적 타당성과 정당성을 따질 때 쓰는 비용편익분석을 이용한 설명입니다. 2014년 수행된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지하철 경로무임승차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경로무임승차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그 제도로 인한 비용에 비해 최소 1.31배, 최대 1.8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제도 덕분에 노인들이 활발하게 이동할 수 있어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며, 노인들의 우울증과 의료비가 감소하는 편익이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비용보다 편익이 크니까 경로무임승차제도는 타당하고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무임승차로 막대한 적자 쌓여
그러나 경로무임승차제도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경로’를 지하철 무료 이용으로 표현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대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합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지역에 사는 노인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편향적 혜택이란 비판도 제기됩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막대한 서울 지하철의 적자입니다. 무임승차가 서울 지하철 적자의 60~70%를 유발합니다. 2040년엔 무임승차에 따른 누적 적자가 17조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서울연구원)도 나와 있습니다.
경로무임승차제도가 전면 도입된 1984년 당시엔 우리나라 인구 4040만여 명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4.1%(167만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이면 이 비율이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전망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게 됩니다.
“70세 이상이 노인” 응답자 비율 78.3%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하철 적자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무임승차 연령 상향 조정, 요금 할인율 조정, 무임승차 가능 시간대 조정, 무임승차 혜택의 소득수준별 차등 적용 등이 국내외에서 거론되거나 운영 중인 방법입니다.
무임승차 연령의 경우, 많은 나라들이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 중 신청자가 대중교통 할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5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으로 인식하는 연령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요, 70세 이상이 노인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2004년 조사에서 55.8%였는데 2014년에는 78.3%로 뛰었습니다.
요금 할인율은 우리나라는 100% 할인(무료)이지만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은 노인 이용자가 일부 요금을 부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출퇴근 시간에는 노인 무료 탑승을 허용하지 않고, 프랑스 등은 일정 소득 이하의 노인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는 방법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을 적절하게 혼합해 경로무임승차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NIE 포인트
1. 경로무임승차제도의 역사를 정리해보자.2. 경로무임승차제도의 비용과 편익을 설명해보자.3. 무임승차의 적자 문제 해결 방법을 토론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