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 산책] '신호 발송'과 '선별'이 정보 비대칭 문제 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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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2
(63) 역선택의 해결시장에 정보가 완전하게 제공되지 않으면 경제주체들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이 발생해 역선택의 문제가 생기고, 시장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정보가 부족한 경제주체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려면 비용을 들여야 하므로 현실에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비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역선택 발생 상황을 전혀 막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거래 대상의 감춰진 특성에 대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차이를 줄임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판매자는 신호 발송, 구매자는 선별
역선택이 발생하면 정보를 적게 보유한 경제주체만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많은 동시에 좋은 품질의 거래 대상을 가진 경제주체도 자신의 거래 대상이 시장에서 매매되지 못하면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런 경제주체는 자신의 거래 대상이 가진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하는데, 이를 ‘신호 발송(signaling)’이라고 한다. 그러면 경제주체들이 가진 정보의 격차는 자연스럽게 좁혀지고, 정보를 적게 보유한 경제주체는 정보 획득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좋은 것을 고르는 ‘선별(screening)’에 힘쓰게 된다.신호 발송과 선별에 더해 정부도 시장 관련 정보를 적극 제공하게 되면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이 줄어들고 역선택 문제가 많이 해소될 수 있다. 다음은 각 시장별로 이뤄지는 신호 발송과 선별에 대해 살펴보겠다.품질보증제·브랜드·사고 이력 ‘신호’
상품시장의 대표적인 신호 발송과 선별은 ‘품질보증제도’이다. 지난주 예로 든 필기구의 경우를 보자. 좋은 품질의 필기구 판매자는 자신의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품질보증서를 발행하고, 품질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환불 등의 조건을 제시하는 신호를 발송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저렴하지만 품질보증서가 없는 필기구보다 비싸더라도 품질보증서가 있는 필기구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그럼에도 판매자 개인이 발행한 품질보증서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을 수 있는데, 이때 정부가 공인 품질시험을 하고 이를 통과했다는 인증을 해주면 효과가 클 것이다. 이처럼 품질보증제도는 역선택의 발생을 막고 좋은 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해준다. 중고차 품질보증제도의 경우 중고차의 사고 이력에 대한 정확한 공개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정부는 자동차의 사고 이력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므로 구매자도 중고차를 쉽게 선별할 수 있게 돼 역선택이 해결된다.제품 광고나 제조 브랜드가 신호 발송 기능을 할 수도 있다. 돈을 들여 광고를 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노동자가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구인하려는 측에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으려 할 것이다. 이 노동자는 자신의 교육 경력과 함께 지금까지 취득한 다양한 자격증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바로 노동시장 신호 발송의 예다. 기업 등 구인을 하려는 측도 구직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선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축적한 인력 선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면접 등 선별을 통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뽑으면 역선택이 줄어들 수 있다.
보험회사들은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사고 이력을 요구해 역선택을 막는다.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에게는 질병 치료 이력을, 자동차보험에 가입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자동차 사고 이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사고 이력을 제출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간주해 보험 가입을 막거나 높은 보험료를 부과한다.반대로 사고 이력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낮은 보험료를 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고 이력이 많은 사람들만 보험에 가입하는 역선택을 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