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A 변이유전자 유방암 위험, 과대 평가됐다"

BRCA 변이유전자를 가진 여성의 유방암 위험은 알려진 것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시터(Exeter) 대학 의대의 리 잭슨 유전체의학 교수 연구팀은 BRCA 변이유전자로 높아지는 유방암의 절대적 위험도는 상당히 낮으며 직계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없다면 18%에 지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1일 보도했다. 미국의 경우 일반 여성이 평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13%이다.

연구팀은 중·노년 성인 50만여 명의 유전자와 건강 정보가 담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베이스 중 BRCA 변이유전자를 지닌 여성 800여 명이 60세가 될 때까지 유방암 발생 위험을 추적했다.

그 결과 BRCA 변이유전자를 지닌 여성이 60세가 될 때까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18~23%로 나타났다. BRCA1 또는 BRCA2 변이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면서 직계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유방암 위험은 각각 45%와 24%였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정밀 의료, 바이오헬스 산업 등 미래 보건의료 연구의 핵심 인프라로 2006~2009년 전국 22개 평가센터에서 모집한 50만여 명(37~73세)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전향적 동일집단 연구이다.

중년과 노년 질환의 예방·진단·치료가 목적이다. BRCA1과 BRCA2 변이유전자는 오래전부터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을 상당히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BRCA 변이유전자를 가진 여성이 70세가 될 때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다.

미국 암 학회(ACS)는 BRCA 변이유전자 여성은 80세가 될 때까지 유방암이 나타날 가능성이 최대 70%라고 말하고 있다. 개별 연구에서는 BRCA 변이유전자의 유방암 위험이 70세까지 최대 85%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BRCA 변이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판명된 여성은 상당수가 예방책으로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BRCA 변이유전자 여성의 약 절반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BRCA1 변이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판명된 유명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예방 조치로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BRCA 변이유전자를 지닌 여성은 유방암을 촉진할 수 있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체내 작용을 차단하는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는 연구 대상 여성 집단의 차이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과거에는 연구 대상이 유방암 위험이 높은 여성들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당히 강력한 유방암 가족력이 있어서 BRCA 변이유전자 검사를 받은 여성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대 BRCA 센터장 수전 돔체크 박사는 BRCA 변이유전자 검사를 받는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유방암 가족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정확한 위험 판단을 내려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스 메모리얼 헬스(North Memorial Health)의 조이 하이들 유전자 자문위원은 BRCA 변이와 관련된 유방암 위험은 지금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BRCA 변이유전자 검사의 기준이 매우 엄격해 이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여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지금은 검사 대상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혹시나' 하고 걱정이 되는 여성들도 자비로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이 새로운 연구 결과가 최종적인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이임상의학'(eClinic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