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된 것 후회한다"…한국 세계 3위 'OECD 꼴찌 수준'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교사는 가치있는 일" 응답은 OECD 4위
정작 "교사된 것 후회한다"는 3위
"다시 선택해도 교사"는 36위에 그쳐

스트레스 원인으로 '학생 위협' OECD 5위
'학부모 민원'은 7위
사진=연합뉴스
"가르치는 일이 이 사회에서 가치있다"는 소명 의식은 한국 교사들이 OECD 47개국 중 3위를 차지해 매우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후회한다"는 응답도 OECD 3위를 기록했다. 한국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극명한 차이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교사들을 후회하게 만드는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학생들의 위협과 언어폭력', '학부모들에 대한 민원 대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항에 대한 응답의 평균값은 OECD 47개국 중 각각 5위와 7위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다시 선택해도 교사"...47개 국가 중 36위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OECD 통계를 통해 살펴본 중학교 교사의 직업 인식 국제비교'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OECD가 2021년 발표한 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자료에 따른 것이다. TALIS는 교육 환경과 교사의 근로조건 등에 대한 전 세계의 자료를 수집해 교육 정책의 수립 및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국제 조사로 2008년 1차 조사를 시작으로 5년 주기로 시행되고 있다.

이번 한국노동연구원 발표 자료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8년도 3차 조사 자료를 사용해 OECD 국가를 포함한 총 47개 국가의 중학교(국제표준분류 2단계) 교사의 직업 인식을 분석했다는 게 노동연구원의 설명이다. 2018년 3차 TALIS 조사에서 한국은 2931명의 중학교 교사가 설문에 참여했다. 해당 설문은 4점 척도로 조사되며, 매우 동의하지 않음을 1점, 동의하지 않음을 2점, 동의함을 3점, 매우 동의함을 4점으로 해서 점수로 답한 응답을 종합해 평균값을 내는 방식으로 실시됐다.한국노동연구원은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객관적 측면에서는 좋은 직업"이라고 평가했다. 교사의 평균 임금 수준은 6만달러에 육박해 조사에 응한 35개국 중에 10위권 수준이었고 OECD 평균보다 높았다.

“교직은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는 설문 문항에 대한 응답의 평균값 순위도 전체 47개국 중 10위로 높은 편이었다. “가르치는 일이 이 사회에서 가치 있는 일로 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에 대한 질문에서도 47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교직에 대한 실망감도 한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 후회된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정도는 한국이 조사 국가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포르투갈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택할 것이다”라는 물음에 동의하는 정도는 전체 47개 국가 중에서 36위로 매우 낮은 축에 속했다.

좋은 직업이고 사회적으로 가치있지만 교직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를 한국 교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꼈음을 의미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자료=한국노동연구원

◆'학생 위협''학부모 민원' 스트레스...OECD 최상위

한국 교사들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빈도는 21위로 OECD 평균 수준이었지만, 해당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47개국 중 3위에 달했다.

스트레스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학생으로부터의 위협 또는 언어폭력', '학부모 또는 보호자의 민원 대응'은 47개국 중 각각 5위에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밖에 과도한 행정 업무(18위), 교실 질서 유지(14위), 상급 기관의 요구 조건 대응(20위) 순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은 "(한국의 주된 스트레스 요인들은) 수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스트레스 요인은 “특수교육 학생을 위한 수업 조정(46위)”, “과도한 수업 준비(40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책임(40위)”, “과도한 채점 업무(43위)” 등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값을 보면 '과도한 행정업무'와 '채점업무', '학업성취도'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노동연구원 측은 "한국의 교사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수업과 관련된 업무들을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 자체에 대한 한국 교사들의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훈 책임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수업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경력을 쌓은 교사들이 조기에 퇴직해서 발생하는 교육 공백을 막기 위해 과도한 행정 업무 등을 개선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수업 외적인 요인들이 불러오는 업무 스트레스를 예방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교권 회복 4법'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 법률 개정안을 의미하는 교권 회복 4법은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마련됐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