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에 환자단체·의료계 제각각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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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사망' 사건 계기로 2년 전 의료법 개정…내주 시행
환자단체 "영상 보관기간 짧고 예외조항 많아"…의협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반발하고 있다. 환자단체에서는 촬영된 영상 보관기간이 '30일 이상'으로 짧고,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CCTV 촬영 요구로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가 무너지고, 의료진의 초상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25일부터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 '성형수술 사망사건' 등 계기…2년 전 개정 의료법 통과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9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의 사고 전모가 당시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것을 계기로 탄력을 받아 2년 전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권씨를 수술했던 성형외과 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성형외과 등에서 거듭 제기된 대리 수술 의혹이나 수술실 생일파티 논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진의 성폭력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 환자단체 "촬영 거부 사유 주관적"·의료계 "의료인 기본권 침해" 반발
개정 의료법이 공포된 후 정부는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환자단체, 의료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시행규칙 등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여전히 환자단체와 의료계에선 법이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형수술을 받다 숨진 권대희 씨의 어머니이자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인 이나금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촬영 거부 사유, 영상 보관 기간, 열람 절차 등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의 규정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세부 사유가 너무 많고 판단기준이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22일 발표한 '수술실 CCTV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응급수술 ▲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수술 ▲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 ▲ 수술을 예정대로 시행하기 불가능한 시점에 촬영 요청 ▲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등이 있는 경우에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수술을 예정대로 하기 어려운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병원에서는 대부분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진행되고 전공의들이 수련을 목적으로 교수들과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면 사실상 모든 수술을 촬영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영상을 촬영일로부터 최소 30일간 보관하도록 한 기준도 의료분쟁 절차에 드는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술 직후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영상 열람 요청 등의 절차를 밟는 동안 30일이 훌쩍 흘러 의료기관이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보관 기간을 90일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수술실 CCTV 설치가 보건의료인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박진규 의협 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술실은 원래 극도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이라며 "감시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환자와의 신뢰가 깨지고 의사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혈관 수술을 할 때 순간적으로 여러 명이 달려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는데,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러한 장면을 보면 사고가 났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CCTV 영상을 촬영하면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기피하고 안전주의로 가려고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필수의료 기피현상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CCTV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병원급 이하에만 해당하고, 운영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영상 관리와 열람, 제공 등에 대한 책임을 의료기관이 져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많은 사회적 논의 끝에 2021년에 법이 개정됐고, 이후 2년간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운영방침을 준비했다"며 "CCTV가 의료현장에 처음 도입돼 환자와 의료진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불법행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환자단체 "영상 보관기간 짧고 예외조항 많아"…의협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환자단체와 의료계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반발하고 있다. 환자단체에서는 촬영된 영상 보관기간이 '30일 이상'으로 짧고,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CCTV 촬영 요구로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가 무너지고, 의료진의 초상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25일부터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 '성형수술 사망사건' 등 계기…2년 전 개정 의료법 통과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9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조치다.
개정안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의 사고 전모가 당시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것을 계기로 탄력을 받아 2년 전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권씨를 수술했던 성형외과 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성형외과 등에서 거듭 제기된 대리 수술 의혹이나 수술실 생일파티 논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진의 성폭력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 환자단체 "촬영 거부 사유 주관적"·의료계 "의료인 기본권 침해" 반발
개정 의료법이 공포된 후 정부는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환자단체, 의료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시행규칙 등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지만, 여전히 환자단체와 의료계에선 법이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형수술을 받다 숨진 권대희 씨의 어머니이자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인 이나금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촬영 거부 사유, 영상 보관 기간, 열람 절차 등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의 규정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세부 사유가 너무 많고 판단기준이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22일 발표한 '수술실 CCTV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응급수술 ▲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수술 ▲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 ▲ 수술을 예정대로 시행하기 불가능한 시점에 촬영 요청 ▲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등이 있는 경우에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수술을 예정대로 하기 어려운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병원에서는 대부분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진행되고 전공의들이 수련을 목적으로 교수들과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면 사실상 모든 수술을 촬영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영상을 촬영일로부터 최소 30일간 보관하도록 한 기준도 의료분쟁 절차에 드는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술 직후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영상 열람 요청 등의 절차를 밟는 동안 30일이 훌쩍 흘러 의료기관이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며 "보관 기간을 90일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수술실 CCTV 설치가 보건의료인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5일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의료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박진규 의협 부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술실은 원래 극도의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이라며 "감시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환자와의 신뢰가 깨지고 의사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혈관 수술을 할 때 순간적으로 여러 명이 달려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는데,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은 이러한 장면을 보면 사고가 났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CCTV 영상을 촬영하면 의사들이 어려운 수술을 기피하고 안전주의로 가려고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필수의료 기피현상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CCTV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해준다고는 하지만 병원급 이하에만 해당하고, 운영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영상 관리와 열람, 제공 등에 대한 책임을 의료기관이 져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많은 사회적 논의 끝에 2021년에 법이 개정됐고, 이후 2년간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운영방침을 준비했다"며 "CCTV가 의료현장에 처음 도입돼 환자와 의료진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불법행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