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가 스마트폰을?…'스마트카' 시험나선 中 회사

전기차 업체들 "차,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과 완벽 연동되는 '스마트카' 지향
자동차 경쟁, 소프트웨어 생태계 싸움으로

中 니오, 전기차 회사 최초로 '니오폰' 출시
"니오 차주 절반은 니오폰 구매 고려할 것"
폴스타도 신차와 '폴스타폰' 동시 출시 예정
윌리엄 리 니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니오폰'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니오 공식홈페이지.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는 지난 21일 자사 브랜드 이름을 딴 스마트폰 '니오폰'을 출시했다. 전기차 회사가 스마트폰을 직접 만든 최초 사례다.

윌리엄 리 니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니오폰은 사용자와 자동차를 훨씬 원활하게 연결해줄 것"이라며 "니오를 타는 사람의 최소 절반은 스마트폰을 바꿀 때 니오폰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현재 니오 차주의 절반은 아이폰을, 나머지 절반은 화웨이를 비롯한 다른 브랜드의 안드로이드폰을 쓰고 있는데 이들을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 니오폰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또 "니오폰을 통해 니오 전기차 구매도 이끌어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전기차와 스마트폰의 수요자가 사실상 같다고 본 것이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 스마트카 경쟁

'스마트카' 시대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자동차가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바퀴 달린 컴퓨터'로 거듭나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스마트카 경쟁에 출사표를 던진 전기차 업체들이 자사 전기차와 완벽하게 연동되는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 생산에 뛰어드는 것도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이런 흐름은 중국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CNBC는 "중국 자동차 소비자들은 최신 기술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시장보다 높다"며 "이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에 전기차를 출시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카스쿠프 역시 "중국 소비자에게 자동차의 엔터테인먼트와 커넥티비티(연결성)은 핵심적인 구매 포인트"라며 "자체 제작 스마트폰은 자동차와 휴대폰을 훨씬 원활하게 연결해줄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되길 원하는 중국 소비자에게 맞춰 전기차 업체가 자체 스마트폰을 내놓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얘기다.

폰으로 하는 일, 차에서도 그대로
자동차-스마트폰 '완벽 연동' 목표

지금은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OS가 달라 이런 '완벽한 연동'이 불가능하다. 스마트폰 OS 시장을 양분하는 구글과 애플도 각각 자동차용 OS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자동차에서도 스마트폰 앱의 일부만 작동할 수 있다. 반면 자동차 제조사가 스마트폰까지 직접 만들면 각각의 OS를 완전히 통합하는 게 가능하다. 전기차와 스마트폰이 100% 연동되면 스마트폰 하나로 자동차 문을 여닫고 차를 원격 호출·제어하는 것은 기본이 된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스마트폰에서 쓰던 앱이 그대로 차량 디스플레이에 나타나 작업을 이어가는 것도 가능해진다. 자동차를 '또 하나의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니오 전기차와 니오 스마트폰이 연동된 모습. 출처=니오 공식홈페이지.
니오는 '니오폰'으로 선수를 쳤다. 니오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BYD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작년 8월 스마트폰 개발 자회사인 '니오 모바일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지 단 1년 만에 양산 스마트폰을 내놨다.

니오에 따르면 니오폰은 니오 전기차의 중앙 제어 장치와 쌍방향으로 연동된다. 이를 통해 차량 잠금, 공조, 시트 마사지, 트렁크·창문 제어 등 30여 가지 기능을 니오폰으로 수행할 수 있다. 별도 스크린이 없는 뒷좌석에선 니오폰이 컨트롤 패드 역할을 한다. 차량 터치스크린에 '미러링'으로 니오폰 화면을 띄워 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에서 목적지를 설정하고 차에 타기만 하면 자동으로 차량 디스플레이에 경로가 그대로 뜬다. 니오폰에는 특수 물리 버튼이 있어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48시간 동안 차량 문을 여닫을 수 있다고 한다.
니오폰의 모습. 출처=니오 공식홈페이지.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 니오폰은 가격이 6499~7499위안(약 119만~137만원)으로 책정됐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프로세서와 삼성디스플레이의 6.81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비해 150달러(약 20만원) 가량 저렴하다"는 게 리 CEO의 설명이다.

OS는 안드로이드를 채택했다. 스마트폰용 OS까지 직접 개발하는 대신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자체 커스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만 탑재했다. 다만 니오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용 OS '스카이OS'를 이날 함께 공개했다. 그러면서 "중국 최초의 스마트 전기차 운영 체제로서 다양한 장치를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향후 이를 스마트폰 OS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폴스타, 자체 OS 탑재한 스마트폰 예고

이미 스마트폰·전기차 통합용 OS를 자체 개발 중인 전기차 업체도 있다. 볼보와 지리차가 합작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오는 12월 중국에서 신형 SUV 쿠페 '폴스타 4'를 출시하면서 자체 스마트폰을 함께 내놓겠다고 했다. '폴스타폰'은 같은 중국 지리그룹 계열사인 스마트폰 제조사 메이주를 통해 생산된다. 볼보, 폴스타, 지리차, 지커, 로터스 등을 보유한 지리그룹은 작년 7월 메이주를 손자회사로 품었다.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CEO는 "자동차와 휴대폰을 경계 없이 연결할 수 있는 기회"라며 "가령 지금은 자동차에서 스마트폰 문자(SMS)를 표시하는 게 매끄럽지 않은데, 이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폴스타 4와 새로운 스마트폰은 모두 메이주가 만든 전용 OS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스타 스마트폰 앱의 모습. 출처=폴스타 공식 홈페이지.
자체폰 제작에 나선 자동차 회사들은 스마트폰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애플·삼성전자·화웨이 같은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와 경쟁하는 게 아닌, 자사 전기차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고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잉엔라트 CEO는 "멋진 유럽식 디자인의 차를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며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정말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닐 샤 연구 담당 부사장은 "자동차 제조사가 휴대폰을 만드는 것은 모빌리티의 모든 측면에서 더 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경험(커넥티드)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자동차 소비자의 습관을 더 많이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샤오미는 전기차 생산

반대로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전기차 시장에 잇따라 발을 들이고 있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중국 창안자동차·CATL과의 합작 브랜드 '아바타(AVATR)'를 통해 이미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세레스의 차에는 자체 OS '하모니'를 적용하기로 했다. 샤오미는 직접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었다.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생산 승인을 획득하고 매주 약 50대씩 시험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부터 연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