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웹소설 저작권 갑질' 카카오엔터에 과징금 5억4천만원

카카오, 공모전 당선작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독점…웹툰·영화화 제한
'경쟁사 아이돌 비방'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혐의도 조사 중
국내 양대 웹소설 플랫폼 운영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모전 당선작의 드라마·영화화 여부와 제작사를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4천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8∼2020년 개최한 5개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 28명과 연재계약을 맺으면서 웹툰·드라마·영화 등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부여받는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보통 공모전 주최 측이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갖는 조건으로 계약하는데, 카카오엔터는 한발 더 나아가 독점 제작권을 요구한 것이다. 일부 작가들에게는 해외 현지화 작품의 2차적 저작물 작성 때 '제3자에게 카카오엔터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설정하기도 했다.

웹소설은 웹툰·드라마·영화 등으로 확장되면서 더 큰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도 네이버에 연재된 웹소설이 원작이었다. 공정위는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해 작가들이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카카오엔터가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하지 않는 경우에도 직접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하거나 제3자가 제작하도록 허락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엔터는 28개 당선작에 대해 총 210개 유형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갔으나, 작년 11월까지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은 16개(11개 당선작)에 불과했다.

다만 2차적 저작물 제작으로 발생한 수익은 원작자와 배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구름빵'처럼 매절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작가들이 동의해서 체결한 계약을 문제 삼을 수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가 된 5개 공모전 중 2개 공모전은 참가자 모집 단계에서부터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고 요강에 명시했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웹소설 시장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양분하고 있어 공모전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인·무명 작가가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낼 기회가 없다"며 "카카오엔터가 너무나 우월적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사적 계약이고 동의했으니 괜찮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신인 작가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모전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며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포괄적인 양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저작권법령의 취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물 공모전 지침' 등에 배치되고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도 벗어나는 불공정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금전적 손해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권리 침해' 사건임을 고려해 정액 과징금(5억원 상한·법 위반 기간 등에 따라 가중)을 부과했다.

구 과장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는 가장 엄중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카카오엔터는 향후 3년간 공모전 당선 작가와 체결하는 모든 계약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페이스북 페이지 '아이돌 연구소'의 실소유주임을 밝히지 않고 해당 페이지를 위탁 운영한 혐의(표시광고법 등 위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아이돌 연구소에 르세라핌 등 경쟁사 아이돌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려 '역바이럴' 마케팅을 했는지(공정거래법상 부당 고객 유인)도 조사 대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