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업무 마비 '셧다운' 초읽기…운명의 1주일

미국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 /사진=AFP
미국 의회의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다음달부터 미국 연방정부의 업무가 마비되는 '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의회가 이달말까지 2024 회계연도의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워 미국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셧다운을 피하려면 미 의회가 오는 30일까지 12개로 구성된 연방 세출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날까지 상·하원에서 모두 가결된 세출 법안은 하나도 없다. 이렇게 되면 국방과 치안 등 필수 기능을 제외한 연방 정부의 대부분의 업무가 중단된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다음달 말까지 쓸 1조4710억달러(약 1965조원) 규모의 예산을 담은 임시예산안을 제안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예산도 담았다. 동시에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요구해온 복지 예산도 일부 포함했다.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은 매카시 의장이 초당적 합의에 나서거나 민주당과 협력하면 의장직을 박탈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현재 하원은 공석 1석을 제외하고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구성돼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4명 이상 나오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10여명 수준인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을 무시할 수 없다.

매카시 의장은 임시 예산안과 별도로 12개 세출 법안 중 국방과 국토안보 등 4개 법안을 우선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26일부터 공화당이 4개 법안을 두고 토론을 시작해 일부 법안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될 셧다운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셧다운이 되면 미국 연방정부는 대부분의 예산을 쓸 수 없게 돼 공무원을 비롯한 수십만명이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 필수 부문 공무원들은 무급으로 근무하고 그 외 다른 직원들은 휴직상태로 바뀐다. 교육과 의료, 교통을 중심으로 연방정부의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백악관은 이미 연방정부와 관련기관에 셧다운 비상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레고리 데이코 언스트영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미국 경제는 매주 60억달러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셧다운과 자동차노조의 파업 등이 계속되면 미국의 4분기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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