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젤 수출 일시 금지…'난방비 폭탄 맞을라' 초긴장

사진=REUTERS
러시아가 국내 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디젤(경유) 수출을 일시 제한하기로 했다. 디젤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가 수출을 중단하면서 세계 난방·교통비가 급격히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정부는 디젤 수출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키르키즈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EEU) 4개 회원국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으며, 수출 금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한은 명시하지 않았다.러시아는 자국 내 디젤 가격이 치솟자 수출 통제를 결정했다. 러시아의 소매 디젤 가격은 올 초부터 지난 18일까지 9.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4%)의 두 배를 웃돈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로이터에 “이번 수출 금지 법령을 통해 일시적으로 연료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며 “소비자가격도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국제 디젤 가격이 급등했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국제 디젤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 급등한 t당 1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싱가포르거래소의 두바이 경유 현물 가격은 전 장대비 2.7% 상승한 배럴당 30달러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디젤 시장이 직격타를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러시아는 세계 해상 디젤 무역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서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금수 조치를 시행했지만, 아시아와 남미 국가는 러시아 디젤에 의존하고 있다. UBS의 원자재 전략가 조반니 스타우노보는 “디젤 시장은 훨씬 더 빡빡해질 것”이라며 “서방은 러시아산 디젤을 수입하지 않지만, 이번 조치로 시장의 모든 곳에서 공급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세계 연료 시장을 볼모로 삼아 에너지 무기화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출 규제를 발효해도 즉각적으로 공급량이 줄진 않는다. 발효 전 계약 건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다만 1~2주 뒤에는 수출이 전면 중단된다. 디젤 정제소를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하게 되면 디젤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디젤 공급 축소에 따라 가격이 치솟으면 트럭, 선박과 기차 등 물류비용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