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계란 그물'까지 등장한 김명수 퇴임식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의 퇴임식은 1957년 대법원이 아니라 국회에서 열렸다. ‘한국 사법 개척자’에 대한 예우에서였다. 그는 퇴임사에서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면 최대 명예 손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식이 얼마 전 있었다. 참석 인원은 전임 대법원장들 때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했다. 청사 밖에 늘어선 직원들과도 작별 인사를 나누는 관행과 달리 그는 행사 참석자와만 악수하고 떠났다. 그가 탄 차가 대법원을 빠져나갈 땐 시위대가 계란 등을 투척할 것에 대비해 경찰이 그물망을 펴기까지 해야 했다.김 전 대법원장은 재직 내내 김병로가 지목한 ‘국민으로부터 의심’으로 점철된 모습을 보였다. 2017년 8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지명받은 다음 날, 그는 춘천에서 시외버스와 지하철로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왔다. 위선의 민낯이 드러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산 4억7000만원을 전용해 공관을 호화 리모델링하고, 서울 강남 아파트를 분양받은 법조인 아들 부부를 1년3개월이나 공관에 얹혀살게 했다. 며느리가 기업 변호사로 소속된 회사의 동료들을 공관으로 데려와 만찬도 열었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그의 사법부는 무엇보다 정치 편향적 의심을 받았다. 코드 인사를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치 사건에 배정하면서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문 전 대통령의 30년 절친 송철호 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한 청와대 선거 개입 사건 판사는 온갖 핑계로 재판을 미뤄 결심 공판까지 걸린 시간만 3년8개월이다. 조국, 윤미향, 최강욱 사건에서도 재판부의 스케줄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의 편이었다.

‘지연된 정의’의 장본인 격인 그가 퇴임사에서 “국민이 지연된 정의로 고통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한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문 정부의 통계 조작 강압에 맞서다 경질된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할 때의 떳떳함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변호사를 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다른 신분으로 법원에 다시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적잖다. 검찰은 그의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